2023.02.07 18:07
환절기/전희진
물류창고처럼 너는 무엇이든 어디로든 떠나기를 재촉한다
어디로든 표류하고 말 것이다
몇몇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핸드폰에 목이 휘어지도록 온 생을 걸지만
이것은 잠시
타인의 고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이 쏟아내는 웃음소리와 말소리
눈발처럼 날리다가 햇살에 닿자마자 공중에서 쉽게 부서지고 만다
출렁이는 자신들을 쏟아버리려고 사람들은 어딘가로 빠른 걸음으로 떠나고
겨울과 봄 사이
스쳐 가는 사람들 사이로 내가 앉아 있다
병원 빌딩의 유리창을 바라보며
창을 경계로 창밖의 일들과 안쪽의 일들이 나눠지고
창 안쪽으로 형광 불빛에 스며들지 못하는 일부 굴절된 사람들이
입구와 출구 사이에서 방황을 하는 것을 본다
나를 저만치 떠나보낸 네가 아주 떠나지 못하는 어정쩡한 채로 나를 바라본다
안쪽의 일들에 흡수되지 못한 네가 나를 바라본다
일사불란하게 내리쬐는 태양의 광선들을 손으로 치우며 내가 이마를 찡그린다
평생 한 지점에 서 있지 못하는 부유하는 너를 거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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