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6 00:01
장례식장에서/전희진
그가 우리곁을 떠났다
칠십 오, 조금
일찍인 나이로 조금 섭섭하게
그가 돌아왔다 스크린 화면 평소 모습 그대로
데스밸리 사막을 배경으로 대지 위에 터억하니 모로 누웠다가
이내 우리를 위해 고쳐 앉았다
베이스캡볼을 썼다가 벗기도 했다
거실에서 손주들이랑 씨름하는 동영상과 사진 몇 점에서 그는
평소보다 많이 웃고 즐거워 하였다 그는
그의 리듬대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갈 방식대로 평소처럼
음식 맛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부페식당 유채나물이 조금 상했지만 큰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웃었고 뛰어다녔다
둥근 테이블에 앉은 누군가가 시인들 협회 공문의 철자법에 월가왈부했고 또
누군가는 반론을 제기한 것 같기도 했다
고인을 닮은 고운 눈매의 딸이 조사를 읽을 땐
슬픔의 손이 잠깐, 우리 곁에 머물렀으나 그뿐
넘어설 그늘도 가파른 능선도 우리한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인이며 수석가이신 석상길 선생님을 추모하며
시집 <로사네집의 내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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