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4 06:42
아보카도 나무
이희숙
제2의 터전 애너하임 교정에서
처음 만났던 어린 너
서른 해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 먹으며 키를 키우고
굳은 땅 아래 뿌리내리었다
비바람에 가지가 부러지고
벌레가 갉아 먹고
마디마디 난제를 넘느라
몸통에 옹이가 박히면서도
변함없이 같이해 주었다
너의 그늘은
쉼과 대화의 자리를 제공해 주었고
빈터에서 생성된 바람은
일구며 흘리는 땀방울을 씻어 주었다
연 노란 꽃향기는 어깨를 감싸주고
단단한 열매는 진초록 거친 겉과는 달리
부드럽고 고소한 엄마의 맛으로
결실된 성취의 기쁨을 나누었다
꽉 차게 영근 감사를
이웃에 전하기도 했다
연하고 가늘던 허리가 어느새
나이테로 둘러싼 연륜에 굵어진 몸
나의 증표 되어
이국땅에 뿌리내린 자취를 이야기할 것이다
<시 창작 노트>
개교 처음부터 나와 학교의 성장 이야기를 지켜본 아보카도 나무가 있다.
은퇴하며 외국 원장에게 인수하고 역사 속으로 보낸다. 아쉬운 마음을 감사로 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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