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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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숫자 '3'의 의미

                                                                                                                                           이희숙

  

  ‘삼겹살 데이 세일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삼겹살 데이? 생소한 날이다. 33, 삼이 겹친 날이라고 했다. 상술의 기발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며 한편 우리 말의 어감이 재미있다.

  ‘삼삼하다라는 단어의 뜻 역시 매력적이고 마음에 끌리는 데가 있다. 잊히지 않는 또렷한 기억을 말하기도 한다. ‘3’이라는 숫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3은 아름다운 두 곡선이 이어져 만들어졌다. 위아래 대칭을 이루어 안정감을 준다. 이 숫자는 많은 의미로 쓰인다. 어릴 적 가위바위보나 내기할 때면 삼세번을 했다. 실패해도 세 번째에는 성공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셋째딸은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 집 셋째딸 역시 마찬가지다. 두 언니에겐 없는 큰 눈에 쌍까풀까지 가지고 태어났으니 말이다.  

  남편에게 ‘3’ 하면 생각나는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삼시세끼라고 했다. 우리 내외가 은퇴 후 집에 같이 있다 보니 하루에 세 번 식탁을 차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린 같이 웃었지만,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틀림없다. 한 끼라도 굶으면 몸이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이다.  

  일 년 중 세 번째 달력을 넘기며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날이 삼일절이다. 그렇듯 뜻깊은 날에 두 손을 높이 올리며 만세를 세 번 외치는 것을 본다. 요사인 결혼식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지만. 만세 삼창은 옷깃을 여미는 경건한 애국심을 일으킨다. 법정에서 판사는 중요한 의제를 결정할 때 의사봉 세 번을 두드린다. 그 모습이 선망되어 어릴 적엔 법관을 꿈꾸기도 했을 터.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고 한다. 왜 한 살이 아니고 세 살부터라고 했을까? 바로 세 살은 온전한 사람으로 살기 위한 시작점을 말하리라. 이외에도 3, , 석 자가 들어가는 많은 속담이 있다. 내 코가 석 자다.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 개 꼬리 3년 두어도 황모 못 된다. 귀머거리 삼 년이요 벙어리 삼 년이라. 사흘 굶어 도둑질 아니할 놈 없다.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위에서 나온 3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특별하고 적절한 시간과 양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세 번 이사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교육은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또한 전인적인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세 번은 시행착오를 통해 완벽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의미를 준다. 실지로 세 번 이상 많은 경험을 해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쉬움이 없는 횟수를 말할 것이다.

   우리 고유한 자부심인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를 살펴본다. 먼저 17개의 자음을 발음기관의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어 11개의 모음을 음양의 원리에 따라 천, , (, , )을 본떠 만들었다. 삼제이다. 둥근 하늘은 아래 아 ’, 평평한 땅은 ’, 사람이 서 있는 모습 가 모음의 기본자가 된 것이다. 삼제가 중심이 된 후 이들이 서로 결합하여 다른 모음을 추가해 만들었다. 이 자음과 모음의 결합 후 글자는 초성, 중성, 종성의 삼분법 원리에 의해 완성되었다.  

  동양만이 아니다. 미국 남북 전쟁 중 펜실베이니아 게티즈버그에서 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연설 국민의 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 for the people”은 가장 많이 인용되며 유명하지 않은가. 이 또한 세 글귀로 이루어져 있다. 연설하거나 논설문을 쓸 때도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삼 단계로 말하거나 써야 논리적이고 조직적으로 된다.  

  성경에서 하나님을 지칭할 때 아버지, 아들인 예수, 성령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또한 하나님은 오직 한 분임을 말한다. 삼위일체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다.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를 하나님은 성부, 성자, 성령으로 세 분의 모습이지만 세 분 모두 같은 신의 성품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이신 분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창세기에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라고 우리라는 복수 대명사를 사용한다. 여기에서 세 분이라는 완전한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꼭짓점이 만난 삼각형은 안전감을 준다. 하나만 있으면 불완전하고 둘이 있으면 대립하나 3은 완전함을 뜻한다. 사람들은 ‘3’을 행운이 있고, 완전하고 안정적인 숫자로 인식한다. 이 숫자를 내 생활 속에 효과적으로 활용해보자. 균형 잡힌 생활 태도로 꼭짓점을 향해 3의 세 제곱 번을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올라가 보련다.  

  3월이 성큼 내 곁에 다가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