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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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거씨의 안부/수필

2024.05.03 16:18

yujaster 조회 수:23

거씨의 안부 / 민유자

 

 

  오가며 앞을 지나노라면거씨야 거씨야 뭐하~?”  혼자 흥얼거린다.

 

  나 어렸을 , 동네 친구들과 자주 하던 놀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 모르겠다. 술래가여우야 여우야 뭐하~?”라고 소리쳐 물으면세수 한다, 먹는다, 무슨 반찬?’ 하면서 여우의 일상을 상상으로 주고 받는 문답을 하며 웃다가 나중에는살았니? 죽었니?” 라고  여우의  생사를 확인하는 놀이다. “살았다!” 하면 붙잡히지 않도록 빨리 도망가고, “죽었다!” 하면 움직이지 말아야지 움직이면 지는 놀이다. 

격변의 세월 속에 어린이의 놀이 문화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했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는 전자 기기를 사용해서 어른들은 설명을 들어도 이해조차 불가능한 것들이 많아 씁쓸한 격세지감을 느낀다.

 

  골목 입구에 있는 집에서 애완동물로 거북을 키운다 하여 가봤다. 냄비뚜껑 등짝을 지고 점잖키 이를 없다. 움직임이 없어서 보지 못하는가 했더니, 내게 보이려고 주인이 양상추를 들고 와서 이리 저리 흔들며 유인하니 천천히 다가와 먹기 시작한다. 먹이로는 양상추 한가지다.

양상추 한통이면 이삼일 충분하고 물그릇 조차도 없다. 배설은 화단 어디에다 하는 눈에 뜨이지도 않는다. 냄새도 없어 깨끗하기 이를 없다. 시끄러운 소리도 없다.

겨울이면 삼개월 정도를 겨울잠을 잔다. 제집에 틀어박혀 꼼짝 않고 지낸다.

 

  이댁에서 함께 세월이 39년이라 했다. 처음에 동네 큰길 가에서 거북을 발견했다. 주인을 찾아주려 했으나 찾을 없어서 키우게 되었다 한다. 처음에는 어찌 해주어야 하는 몰라서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 거북은 사막 거북이었다. 39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크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은 것을 보면 어린 거북은 아니었던 같다. 그렇다면 거북의 나이가  얼마인지 가늠을 수가 없다. 거북의 수명을 생각할 아마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경외감이 들었다. 이름을 지어주었는지 물으니 그냥 거북이라 부른다 했다. 격을 높여서 거씨라 부르기로 했다.

거씨는 조금 먹고 천천히 움직이지만 힘은 보기보다 상당히 세다고 한다. 상당히 크고 무거운 바위 돌을 밀어내기도 한다. 위험을 느끼면 머리를 안전한 등껍질 속으로 들이고 죽은 듯이 있다. 만일 등껍질이 땅에 닿도록 뒤집히면 비극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혼자는 절대로 바로 없다. 

 

  한번 보았을 뿐인 거씨에게 사랑스런 마음이 자꾸 간다. 잊지도 않고 오가며 안부를 묻는다. 거씨는 나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살아왔을 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나보다 몇배나 많은 세월의 수명을 이어갈 것이다.

나보다 훨씬 욕심도 없다. 나처럼 쓰잘 없는 영욕으로 희비의 등성이와 골짜기를 넘나드는 일도 없이 고상하고 초연한 심성인 같아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등껍질과 발톱을 만져보려다가 손을 거두어들이고 뒤로 물러섰다. 거씨가 표정도 없고 말수도 없이 점잖아도 속으로는 냄새나고 더러운 인간의 접근을 그리 반기지 않을 같은 생각이 문득 들어서다.

 

  거씨를 본받으려면 더욱 격을 높여거선생이라 불러야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