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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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와이로 / 수필

2025.02.08 14:46

yujaster 조회 수:33

와이로

 

 

   요즘은 듣기 어려운 단어 중에와이로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전쟁후에, 감으면 베어간다는 , 무엇이나 어디서나 뇌물이라는 뜻의 와이로는 기계에 윤활유같은 역할을 했다. 와이로가 없으면 되는 일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왔다. 물론 학생의 가정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행사였지만 빠져서는 하나가 촌지였다. 나는 이게 너무도 생소하고 마음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봉투를 준비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내미는 손이 부끄러워 머뭇머뭇 망서리다가 시간이 흘렀다. 어렵사리 쭈뼜거리며 내미는 손에서 선생님은 재빨리 봉투를 낚아채며, 기다렸다는 고맙다는 인사를 던지고 일어섰다. 어이없는 날치기를 당한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아마도 풋내기 엄마인 내가 스스로를 이기기 위해 갈등하는 동안 경험이 풍부했던 선생님은 답답해 하며 시간도 없는데 그리 꾸물대느냐고 나를 한대 쥐어박고 싶었을 같았다. 

 

  와이로에 얽힌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옛날 고려 의종이 야행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요행히 민가를 발견하고 하루 묵고자 청하니 집주인이 조금 가면 주막이 있다고 하여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대문에 붙어있는 글이 매우 궁금했다.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인생의 한이다. 唯亞無蛙 人生之恨/유아무아 인생지한’ 도대체 개구리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봐도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주막에서 국밥을 시켜 먹으면서 주모에게 외딴집에 대하여 물어보니, 이규보 선생의 집으로 과거에 낙방을 하고는 마을에도 나오며 집안에서 책만 읽으면 살아간다는 얘기다. 궁금증이 발동한 임금은 다시 그집을 찾아가서 사정한 끝에 하룻밤 유하는 허락을 받고 글에 대해 물었다.

주인장이 하는 말은옛날에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와서 노래 부르기 내기를 하자고 졸랐다. 심판은 백로로 하고 사흘 뒤에 경합을 벌이자는 얘기다. 노래 부르기라면 자신이 있는 , 꾀꼬리는 오히려 싱거웠지만 아무튼 그리 하기로 했다. 경합을 벌이는 당일까지  꾀꼬리는 그래도 노래 연습을 했으나 까마귀는 노래연습은 안하고 자루를 물고 논두렁에 개구리를 잡는 몰두 했다.  약속한 날에 꾀꼬리는 기량을 맘껐 뽑내서 노래를 불렀다. 보나마나 까마귀는 듣기 거북할 정도로 형편이 없었다. 그러나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놓고 자세히 알아보니 까마귀는 백로가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다 뇌물을 주고 매수한 결과였다”는 얘기다.

얘기를 들은 임금은 기도 과거에 여러번 낙방을 떠돌이인데 며칠 후에 임시 과거가 시행된다고 하니 우리 함께 가보자고 종용했다. 임시 과거의 시제는  唯亞無蛙 人生之恨/유아무아 인생지한 이었다. 이때부터  蛙利鷺 唯亞無蛙 人生之恨/와이로 유아무아 인생지한 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개구리 , 이로울 , 백로 .-

그럴듯 얘기다.

 

   과연 정말일까? 이상해서 다움 사전을 찾아보니 그런 단어는 없다. 인공 지능에게 물어보았다. 역시 유능하다. (‘와이로 일본어 “賄賂(わいろ, 와이로)”에서 말로, 뇌물을 뜻하며 어원은 “賄(와이, 제공하다)“와 “賂(, 뇌물)“를 합친 말입니다.)

와이로가 고려때부터 쓰인 말이라면 그동안 말이 쓰여진 문헌이 발견되어야 증명이 게다. 내생각에는 일본말을 우리가 잠시 빌려 썼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와이로라는 말이 우리말 정화운동에 의해서 소멸된 연유도 그래서인 같다. 

아니면, 혹시 고려때 부터 써오던 우리말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쓰이다가 다시 우리나라로 건너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후를 알지 못하지만 와이로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다.

우리말 사전에는 일본말 와이로와 같은 한자 賄賂를 쓰면서 ‘회뢰’로 발음하는 단어가 수록되어있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에서나 인간의 물욕과 탐심은 부정할 없게 함께 있어왔다. 와이로는 필요악인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이기적인 발상에서 의도를 가지고 선심을 쓰는 뇌물도 있지만 배려나 관심의 환기 차원에서 사심 없이 베푸는 수도 있으니 와이로를 나쁘게만 수도 없을 테다. 다만 어떻게 사용하는 가에 따라 우리 사회의 정직,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해치기도 하고 돕는 역할도 하는 도구가 되겠다.  

그러면 나는 첫아이의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선심이었을까? 뇌물이었을까? 맑은 선심이기만 했으면 봉투를 내밀면서 스스로 그렇게 힘겹게 갈등하지는 않았을 같다.  내키지 않으면서도 선생님의 환심을 금액을 준비했기에 뜸을 들이며 힘겨워하지 않았을까?

 

  선심은 많이 쓸수록 좋고 받을 수도 있지만, 뇌물은 곧고 맑은 마음으로는 절대로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구별이 애매하고 분별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대가성의 의도가 있는지? 법적이나 관습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상대방에게도 부담이 되면서 기쁘게 일인지?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명경지수를 들여다 보듯 자세히 바닥을 들여다보는 수 밖에 없겠다. 그래야 부끄러운 후회를 하지 않겠지!

 

2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