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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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사막에 내린 비

(미주문협 문학 캠프 후기)

   https://news.koreadaily.com/2024/08/29/life/artculture/20240829182739913.html

  

 

뜨거웠다. 문학을 사랑하는 열정은 날씨 못지않게 더웠다. 일 년 만에 개최하는 미 전 지역 문인들 모임이랄까? 미주 문인협회 주최로 여름 문학 캠프가 팜 스프링스에서 열렸다.  

수개월 전부터 임원진은 강사와 장소 선정, 프로그램 구상, 진행 계획을 세웠다. 앞에서 추진하는 회장단과 뒤에서 조용히 협력하는 임원들이 있었다. 회장단은 자기 일을 뒤로 제쳐놓은 채 협회 일을 우선으로 솔선수범했다. 또한 스스로 뒷전에서 앞장서는 회장단을 도우며 행사를 위해 못자리를 마련하는 임원도 있었다. 수레는 앞뒤 균형 잡힌 바퀴에 의해 움직이지 않던가.  

행사 며칠 전부터 한국 강사진과 텍사스, 시카고, 알래스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참여하는 회원들을 맞이하기 위한 발걸음은 바빴다. 이렇게 넓은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문학 한마당이 펼쳐지다니 놀라웠다. , 수필, 소설, 아동 문학 장르라는 합집합 속에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집합이 꽃을 피워 낸 게다.  

신인상 수여를 통해 참신한 인재를 발굴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어 의미가 깊었다. 이어 미주 문학상 수여가 있었다. 특별히 “30회가 되도록 수필가가 선정된 것이 처음이라니, 참으로 미주 문학사에 뜻깊고 귀중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수필은 얌전하고 순진한 글이지만, 그 속에 정서적 깊이가 깃든 독특한 미학을 가지고 있어 그 작가마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손홍규 소설가는 심사평을 했다.  

수필은 작가 자기 모습과 세상에 비친 모습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옥이나 구슬같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조약돌과 같은 정겨운 존재다. 고귀한 존재가 아닌 검소하고 조촐한 모습을 지녔다고 피천득 교수는 수필의 진가를 말했다. 수필은 수수하고 오염되지 않은 일상의 정겨운 이야기를 품은 글이다.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것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아름답게 재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평범한 생활에서 얻는 예민한 정서로 신기한 것을 발견하고, 진지하고 풍부한 체험이 우리에게 지혜를 준다. 삶의 슬기로 이끌어 친밀감을 빚어낼 수 있는 문학이 아니던가.  

안도현 시인 시가 생기는 시점을 찾아서’, 손홍규 소설가 사연과 진심을 담아 소설 쓰기라는 주제로 강의가 있었다.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연세에도 돋보기 너머의 글을 읽으며 열공하는 선배 문인 모습 또한 진지했다.

회원 모두 표정이 밝았다. 명절을 기다렸다는 듯 곱게 차려입으신 선배들의 모습에 덩달아 내 마음도 화사해졌다. 그동안 안부를 묻고 안녕을 확인하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넸다. 이어지는 교제의 시간은 흥겨웠다. 뜨거운 불 곁을 마다하지 않고 갈비를 굽는 임원의 수고 덕분에 모임은 한결 맛깔스러워졌다. 게다가 그 뜨거운 자리를 교대하며 배려하는 회원도 있었다. 뒷정리까지 옷소매를 걷고 도왔다. 옛 임원이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로 남은 갈비를 처리했고, 그것을 귀갓길 버스에서 배고플 회원들에게 전달해 따뜻한 마무리가 되었다.  

진행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소한 문제가 생겼지만, 물이 빈자리를 메꾸며 흘러가듯 어려움도 협력하여 행사를 잘 마칠 수 있었다.

행사 도중 찍은 사진들을 내용과 순서에 의해 편집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디자인을 고안해서 짜임새 있고 멋있게 웹사이트에 올리려 정성을 기울였다. 여운을 유지하며 보고 또 보고 수정하며 눈이 아팠지만, 그 느낌이 식기 전에 글로 적어본다.  

사막에 굵은 빗방울이 한 차례 쏟아졌다. 폭염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요즈음, 한줄기 소나기를 맞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2024 문학캠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