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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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시) 단풍은 다른 빛으로

2024.11.20 15:29

이희숙 조회 수:61

 

 

 

          단풍은 다른 빛으로

                                             이희숙

 

따뜻한 날씨 탓에

어제나 오늘이 지루하게

온 세상이 초록인 줄 알았는데

나뭇잎이 풀빛을 벗어내며

땀 흘리던 청년 얼굴을 닦아 내고

햇빛에 머물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수줍은 여고생의 발그스레한 볼

한 입 깨문 사과에 스며든 햇살은

나뭇잎에 시나브로 익은 고춧빛 버무려

가으내 축제 열어

퇴색한 나이에 고운 색깔 발라줍니다

 

소리 없이 내려앉은 내 가을날

지난날의 푸르름은 한 잎 두 잎

구불구불한 핏줄로 얽히고

빨갛고 노란빛이 엉킨 물감들

걸어온 흔적과 계절을 칠합니다

 

스크랩한 햇살은

또 다른 빛을 피웁니다

남겨진 시간에도 붉게 타오를지

바람에 흩날려도 아름다울 수 있을지

여정은 짧아도 그 색채는 진해지고

숲 깊숙이 뿌리는 단풍 비

흙 속으로 스며들어 또 다른 빛을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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