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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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송상옥 선생님

2010.02.09 22:40

최영숙 조회 수:1252 추천:293

선생님의 부음을 대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언젠가 뵈워야지 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결국 다시
뵙지 못하고 선생님을 보내드렸습니다.
2004년 문학캠프에서 뵌 것이 마지막이었지요.
흰 셔츠를 입으시고 조용히 서 계시는데도 웬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던 분.

선생님은 문학의 길에 들어 선 저희들에게 칼같은 충고를 남기셨지요.

'어려운 관문을 통하여 등단을 해서 인정을 받았음에도
그것으로 성에 차지 않는지 여기저기 배회하며 기웃거리다가
어설픈 상이나 받아내는 작가들'을 경계하시고
이민 생활에서 당장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작품에 매달려 창작하는
일이 어렵지만(실제로 선생님께서도 체험하신 일이므로),
주변에서 그들을 부추기고 격려하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가 경희 해외동포 문학상을 수상하고도 선생님께 인사말씀 드리지
못한 것도 이런 선생님의 성품과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언젠가 직접 뵙고 말씀드려야지...했던, 언젠가가 이제는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엘에이의 따가운 햇살 아래 서있던 저에게 선생님은
등 뒤에서 한마디 말씀을 하셨습니다.  
"배아기, 소설 좋아!"
한국일보 문예공모에서 가작을 했던 단편소설이었습니다.
메릴랜드에서 문학캠프에 참가하러 갔던 저에게 뭔가 격려를
해주고 싶으셨던 것이지요.

저는 선생님의 그 말씀을 어떤 문학상보다도 크게 여기고 있습니다.
또한 이제는 쉬지 말고 계속 쓰라고, 보상에 연연하지 말고 좋은 작품을
남기라는 충고로, 그리고 모두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거친 문학의 바다에서 서로 격려하고 일으켜주라고 하시는
말씀으로 여기겠습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편찮으신 것도 몰랐습니다.

한국에 있는 소설 지망생에게 선생님의 존함은 감히 부를 수도
없는 세계에 계신 분이었는데   ...미국에 와서 선생님께서
미주문협을 이끌고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든지....
그래도 뵈웠을 때는 그런저런 말 한마디도 못하고
그저 선생님의 흰셔츠만 바라보다 돌아왔던 일이 섭섭하고 섭섭합니다.

선생님께서 원하시던 일, 순수문학을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하는
이들이 보석처럼 눈부신 걸작을 내놓는 일들이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평안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저에 대한 다짐으로, 두고 두고 들여다 보겠다는 뜻에서
창작마당에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