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6 08:10
가을 나무
명광일
녹음방초 걷어낸 등산화에 단풍 들어
밤과 낮 길이가 같아진다
탈곡기 볏짚 털 듯
은행잎 하나에 시월이 탈탈 털린다
나무도 곧 떠날 것이다
탄생과 소멸의 정점을 지나
가늘어지는 그림자 데리고 다시
나무 속으로 떠날 것이다
북풍을 칭칭 휘감으며 눈길을 걸을 것이다
수많은 1년들 떠난 그 길을 떠나며
떠나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이며
밤낮 경계 없이 다시 또 흔들릴 것이며
자정 넘은 유리창에 서성이는 너의 별을
화답하는 신호가 될 것이며
차갑게 언 하늘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