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광일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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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무딘 각으로 가자

2024.06.12 19:58

명광일 조회 수:57

무딘 각으로 가자

 

명광일

 

 

일찍이 저는

좌우도 모자라 하늘을 향해

날카로운 각을 세운 삼각형이었습니다

달처럼 둥글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만

사춘기 변성기 목소리 굵어지듯

커진 말들은 역삼각형이 되었다가

침묵한 거짓에 진실이 반짝이다가

사실과 사실을 오해한 거짓에

정삼각형이 되었다가 어느 날은

하늘을 향해 더욱 날카로운 각을 세운

직삼각형이 되었습니다

각을 허물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자 각은

저 혼자 훌쩍 우주를 떠돌았습니다

육십갑자 한 바퀴 휙 돌아나가

3년은 더 가고 있습니다

제설차 줄줄이 오후를 지나다닙니다

바닥에 물컹한 염화칼슘

수술로 꿰맨 자국에 간질거립니다

실밥이 녹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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