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광일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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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늙은 정비사

2024.08.17 11:25

명광일 조회 수:32

늙은 정비사

 

명광일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얘기라면 나도 조금 할 말 있는데

어느 날부터 전기차들이 가세하며 눈을 흐리고 있다

 

길은 이미 고압 전선에 감긴 전류인 듯

높게 푸르게 창공을 향해 끝없이 이어져 있고

 

달리는 창 너머에는 새 떼가 폭죽처럼

연기를 피우고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새 떼의 부리에 검은 그을음이 빙판 갈라지듯

쩡하니 갈라지며 달리는 창에 와 박힌다

 

고칠 수 있는 말들로 키운 아이들은 다행히

아이를 벗어나고 있고

 

지붕에 새던 빗물도 정말 다행히

새로 발명된 고무풀로 막을 수 있게 된 것 또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지

 

그러나

 

바퀴는 이미 고칠 수 없는 말들이

여러 곳에서 나를 점령한 지 오래

 

아득한 추월선도 이미

순풍을 실어 조용히 아주 조용히

 

제한속도를 위반한 지

오래

 

무겁고 느린 말들이 그리운 오후에

길은 여전히 나를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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