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7 11:25
늙은 정비사
명광일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얘기라면 나도 조금 할 말 있는데
어느 날부터 전기차들이 가세하며 눈을 흐리고 있다
길은 이미 고압 전선에 감긴 전류인 듯
높게 푸르게 창공을 향해 끝없이 이어져 있고
달리는 창 너머에는 새 떼가 폭죽처럼
연기를 피우고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새 떼의 부리에 검은 그을음이 빙판 갈라지듯
쩡하니 갈라지며 달리는 창에 와 박힌다
고칠 수 있는 말들로 키운 아이들은 다행히
아이를 벗어나고 있고
지붕에 새던 빗물도 정말 다행히
새로 발명된 고무풀로 막을 수 있게 된 것 또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지
그러나
바퀴는 이미 고칠 수 없는 말들이
여러 곳에서 나를 점령한 지 오래
아득한 추월선도 이미
순풍을 실어 조용히 아주 조용히
제한속도를 위반한 지
오래
무겁고 느린 말들이 그리운 오후에
길은 여전히 나를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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