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9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가 10월의 주제곡처럼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외국 연주곡에 가사를 붙였다는 이 노래를 성악가도 부르고 대중가요 가수도 부르고 결혼식 축가로도 부르고,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도 그 음률을 아름답게 빚어낸다. 듣는 것도 좋지만,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다정한 눈빛 주고받으며 이 노래를 부르면 가을의 정취가 흠뻑 느껴지고 자칫 쓸쓸해질 뻔했던 가을 가슴 속으로 행복감이 솔솔 깃든다. 이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감사로 가득 찬 멋진 10월이 되고 또 연말을 맞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선가 들은 기분 나쁜 한 마디가 머리에 맴돌면서 속이 상하기도 하고, 현실을 바라보니 한숨뿐인 생각에 자꾸만 옹졸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질 때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사람 앞에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도 좋지만, 걸러지지 않은 채 드러낸 격한 감정에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이 따르기도 한다.

한 친구는 부정적인 생각 속에 매여있지 않으려고 청소를 한다고 한다.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거미줄을 걷고 청소기를 신나게 돌리다 보면 자신 속에 끼어 있는 잡다한 감정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쇼핑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방법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꼭 살 것도 아닌데 샀다가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운동하러 체육관에 간다는 친구도 있지만 늘 가던 곳이 아니면 그것 역시 쉽지 않을 것 같다.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난 오래전에 읽은 '감자탕 교회 이야기' 책 중에 나오는 몇 구절을 가끔 상기해 보곤 한다. 제목은 '95를 주목하라'였는데 내용은 이렇다.

'여러분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참 좋은 일이 많지요. 물론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 안 좋은 일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율은 95대 5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5에 95의 신경을 쓰면서 인생을 힘들게 삽니다. 염려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가 바로 5를 위해 95를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의 의미 역시 같습니다.'

그런데 삶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부분이 5퍼센트 라는 말에 동의하려면 감사할 부분을 헤아려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 계산을 하려면 무언가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참 모호하다. 같은 상황인데도 기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주는 것이 많이 있겠지만 그중 나는 노래를 꼽는다.

기분이 언짢음에도 불구하고 흥얼흥얼 노래가 흘러나오는 사람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 상황에서 어떻게 노래가 나올 수 있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몸속에 노래가 살고있는 사람에게는 얼쩡거리던 불행이 졌다 졌어, 하며 슬그머니 뒷걸음질할 것만 같다. 10월도 다 가고 바야흐로 겨울에 돌입하겠다는 신호인 듯, 두 개의 채로 둥둥 북을 두드리는 11월이 코앞에 와 있다.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스산한 겨울 마음이 되지 않도록 노래를 불러보자. 자족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사랑과 감사의 노래를….

미주 중앙일보 2013.10.29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9 그래도 그 말 밖에 오연희 2014.02.14 743
288 수필 [이 아침에] 나이 들어 더 아름다운 사람 (2/5/14) 오연희 2014.02.13 548
287 안단 오연희 2014.02.13 375
286 수필 [이 아침에] 네 자매가 함께 떠나는 여행 (1/22/2014) 오연희 2014.01.23 563
285 수필 [이 아침에] 한복 입고 교회가는 날 (12/21/13) 오연희 2014.01.23 791
284 국화차를 마시며 오연희 2013.12.08 619
283 수필 [이 아침에]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 (12/7/2013) 오연희 2013.12.08 534
282 수필 [열린 광장] 엄마 곁에서 보낸 짧은 나날들 11/22 오연희 2013.12.08 398
281 수필 [이 아침에]오빠와 함께 했던 '추억의 창고' 11/12 오연희 2013.12.08 661
» 수필 [이 아침에]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들 10/29 오연희 2013.12.08 699
279 수필 [이 아침에] 북한 여성 '설경'에 대한 추억 오연희 2013.10.21 598
278 수필 [이 아침에] 친구 부부의 부엌이 그립다 오연희 2013.10.21 526
277 암초 오연희 2013.10.05 472
276 아마 릴리스 오연희 2013.10.05 452
275 수필 [이 아침에] 찢어진 청바지에 슬리퍼 신은 목사 오연희 2013.09.25 749
274 수필 [이 아침에] 이육사의 '청포도'는 무슨 색일까? 오연희 2013.09.25 815
273 수필 [이 아침에] 부족함이 주는 풍요로움 오연희 2013.08.28 576
272 수필 [이 아침에]마음속에 그리는 '해피엔딩' 오연희 2013.08.28 449
271 지구에 등불 밝히다 오연희 2013.08.15 451
270 공작새 오연희 2013.08.15 64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