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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우리 음식, 우리 풍습, 사랑하는 부모·형제 그리고 친구들….아, 인천공항이 가까워질 쯤이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푸근한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번 한국 방문 중에는 작정했던 대로 거동이 불편하신 친정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짬짬이 미국과 영국 사는 동안 가까이 지낸 지인들을 만났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여자 살기에는 한국만 한 곳이 없어' 혹은 '한국이 얼마나 편하고 살기 좋은지 몰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익숙해서 느끼는 편리함 말고도 교통시스템, 건강보험, 노후복지, 문화공간, 택배 등등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내 나라로 돌아오지 않고 그들의 자녀들 대부분은 해외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어중간하게 데려와서 이도 저도 안 될까 봐 고민 끝에 내린 부모의 결단도 있고, 넓은 땅에서 꿈을 펼쳐보고 싶다는 자녀의 굳건한 소신 그리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지 않아도 주눅이 들게 하지 않는 서구의 사회 분위기 등등 이유도 다양하다.

나의 지인들처럼 주재원으로 나갔다가 부모만 혹은 아빠만 귀국하고 자녀는 계속 해외에 머무는 사례는 너무 흔한 일이 된 것 같다. 또한, 관광이나 비즈니스 출장, 자녀 혼자 떠나는 유학이나 경험을 쌓기 위한 어학연수로 해외를 다녀오는 사람이 최근 10여 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은 한편,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도 급격하게 늘고 있는 모양이다. 거리에 나가보면 지중해식, 남미식, 아랍식 식당 간판이 드물지 않게 보이고 TV에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나와서 한국생활에서 느끼는 삶의 애환을 자유롭게 쏟아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얼마나 다채롭고 흥미로운지, 저렇게 속내를 다 내놔도 되나 싶을 만큼 모두 거침이 없다.

'남남북녀'라는 굵은 글씨 아래 초혼, 재혼, 황혼이라고 적혀 있는 광고지가 거리 곳곳에 붙어있다. 짐작한 대로 남한남자와 북한여자를 중매하는 결혼정보회사란다.

도서관 입구에 붙어있는 '다문화 가정 한국어 공부방' 안내 배너가 바람에 펄럭인다. 한국인과 가정을 이룬 결혼 이민자가 한국어를 배우는 곳이란다. 배우자를 따라온 결혼 이민자도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온 외국인도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의 고단함을 견뎌야 할 것이다. 자유를 혹은 먹을 것을 찾아 사선을 넘어온 탈북자도 남한 사회에 적응하느라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낯설고 물설은 곳에 뿌리를 내리려는 그들의 시작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내 나라가 '살기 좋은 곳'이 되어 참 뿌듯하다. 하지만 미국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국의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지고, 소용돌이 속에서 헤매다 온 것처럼 얼떨떨하다. 이젠 내 집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이 인천공항이 가까워질 때보다 조금 더 푸근하다.

미주 중앙일보 201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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