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외 4편
2017.04.16 12:54
1). 자갈치
정국희
자갈치라는 말에는 자갈 자갈 소리가 난다
물의 안쪽 겹겹의 자갈에는 자갈치아지매의 내력이 숨어 있고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는 옛 가요의 가락도 배어있다
자갈이 아직 습하지 않고 물에 길들여지지 않았을 때
쉼 없이 밀려오는 물의 너울들은 매 순간 자갈들을 흔들어댔다
물길이 어긋난 지도 모르고 무작정 밀려든 어린 물결들도
피난민의 고아처럼 어디로든 가야 해서
자기 몸이 물어뜯긴지도 모르고 자갈치로 촉촉한 물낯을 들이밀었다
멍든 물비늘을 품어준 건 자갈이었다
그건 무의식에서 일어난 물의 일이었다
어디서든 사람 사는 곳이면 성질냈다 껴안았다 야단법석이듯
물의 혈관이 되어버린 자갈들도 스스로 소용돌이치고 부대끼며 자갈치로 변했다
철수세미로 박박 문질러도 결코 씻어낼 수 없는 갯비린내
보이소 사가이소 아가미 들었다 놨다 종일토록 고무다라이 팔딱거리면
출렁출렁 자갈 스치는 소리 젖은 거리로 스며들고
토시 밑 고무장갑에서 바다의 생애가 토막 쳐 나오기도 전
자판 위 지느러미가 더 먼저 염장되는 저녁
생물내가 길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다
2017년 <시와정신> 봄호 특집 "새로운 시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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