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동주 해외 문학상
2020.02.05 12:43
▶ “삶과 미학적 자의식 성찰” 평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인 정국희(사진) 시인이 제4회 동주문학상 해외작가상을 수상한다. 정 시인의 작품 ‘로스앤젤레스, 천사의 땅을 거처로 삼았다’ 외 신작 4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동주문학상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담긴 시정신을 구현하고 이를 널리 확산하기 위하여 제정되었으며 광주일보와 동주문학상 제전위원회, 계간 ‘시산맥’이 공동주관하고 있다. 동주문학상과 함께 제정된 동주해외작가상은 해외에서 우리말로 시를 쓰는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으로 상금은 300만원이다. 이번 공모전은 이경림 시인, 나희덕 시인, 유성호 평론가를 심사위원으로 해외 각국에서 응모된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 중 LA에서 활동하는 정국희 시인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시와 삶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미학적 자의식, 그리고 우주와 인간을 연결하는 상상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언어의 이면에 만만찮은 깊이를 거느린 운명의 심연을 응시해가는 그의 눈길도 안정감을 주었다고 판단하였다. 그와 동시에 현실에 대한 강렬한 탐구를 통해 자신만의 성찰적 시선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기록할 만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정국희 시인은 전남 완도 출생으로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창조문학’, 2008년 미주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13년 해외동포문학상과 2014년 가산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미주시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주시문학회 시창작 지도강사이자 ‘시와 사람들’ 시창작 지도담당이며 시집으로는 ‘맨살나무 숲에서’ ‘신발 뒷굽을 자르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밤’ ‘로스앤젤레스 천사의 땅을 거처로 삼았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도서 선정)가 있다.한편, 동주문학상(구 윤동주서시문학상)은 올해부터 이름을 바꾸어 시집 공모를 받았다. 최종 430여명의 원고에서 1차 예심을 통과한 13명의 원고를 동주문학상 기획위원단(위원장 박성현)에 올렸으며 2차 예심에서 5편의 후보작이 최종본심에 올려졌다. 제4회 동주문학상 수상자는 정현우 시인이 선정되어 1,0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수상작은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외 4편이다. 시상식은 오는 11월30일(토) 오후 5시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다.
제4회 동주문학상 수상집에 실린 수상 소감
윤동주 해외 작가상에 원고를 보낸 다음 날, 잘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공정한 심사를 하겠습니다’라는 답장을 받았다. 공정한 심사를 하겠다는 말이 ‘당신의 시는 좀 위태롭습니다’ 라는 말로 읽혀졌고, 또한 공정한 심사를 하니까 안 되더라도 서운하게 생각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이 되었다. 그 즉시로 괜히 보냈나 하는 후회와 함께 가슴에 품은 꿈이 헉 막혀왔다. 이후 난 80%는 ‘위태로운’ 상태로 그리고 20%는 ‘혹시’ 하는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발표 날이 되어가도 아무런 낌새조차 없었다. 이미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 나는 차라리 YMCA를 찾았다.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줌바를 하면서 머리는 온통 ‘내 시는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했다. 앞으론 어디든 원고를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우연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뜻밖에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읽었다. 잘못 봤나?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읽는 순간 목울대가 떨리기 시작했고 떨림은 금방 목울음으로 번졌다.
야호! 기뻐서 함빡 웃어야 할 일이 왜 그리 슬프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눈물을 흘려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내 눈은 눈물바람을 일으켰다. 이런 울음을 울었을 때가 몇 번 있었다. 영화 ‘동주’를 보며 울었던, 영화가 끝났어도 일어날 수 없었던 그런 눈물과는 다른, 이런 눈물은 그때마다 나의 심장을 끌어올리면서 또 다른 세계의 비젼을 보여주는 눈물이다. 다시 말하면, 이런 눈물은 매번 나의 존재를 확대시켜 꿈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입속에 혀를 숨기고 며칠을 보냈다. 입을 벌려서 말을 하면 바람이 시샘할 것 같아서였다. 아니, 막상 윤동주 상을 받고 보니 윤동주 시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나 부끄러워서였다. 나의 소식을 들은 스승께서 마땅히 받아야할 상을 받았으니 앞으로 시 창작에 더욱 정진하라는 말씀을 듣고서야 이 상은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나보다 더 기뻐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항상 미안하고 고마웠던 분들에게 이 상으로 다소나마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새삼 기쁘고 감사했다.
며칠 째 바슐라르의 『촛불의 미학』을 읽고 있는 중이다. 바슐라르는 ‘사람은 자기 속을 명석하게 들여다보지만 그래도 꿈을 꾼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사람은 자기의 꿈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내 시는 처음부터 꿈을 꾸었고 위태롭지 않았었다. 다만 위축되려는 시에게 심사위원들이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어 주신 것이다
이국의 언어 아래서 조국의 언어를 껴안고 처절한 밤을 지새운 윤동주 시인에게 죄스러운 생각이 든다. 나는 그분처럼 그렇게 내 언어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분처럼 마음이 순수하지 못한 것 같아 또한 미안하다. 내가 이처럼 고결한 윤동주 상을 받을 자격이 과연 있을까 하는 물음에 앞서 심사해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남은 인생 부끄럼 없이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이 상을 제정한 시산맥과 광주일보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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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시집 읽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