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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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16.11.10 07:31

목사님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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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님의 빈자리

  
                                                                                                                 홍인숙(Grace)
    

  
주일이다. 맑은 하늘에는 드높은 구름이 평화롭고, 스테인드그래스를 통하여 들어선 투명한 햇살은 새 생명을 창조하듯 힘차 보였다.
  평상시처럼 강단에는 화려한 꽃이 장식되어 있었고, 많은 교인들도 경건한 모습으로 대 예배에 참석하였다. 성가대의 합창도 은혜로웠고 전도사님의 설교도 우리들의 마음에 잘 뿌려진 씨앗처럼 감동을 주었다. 모든 순서가 순탄하게 하나님께 드려졌다. 하지만 왠지 허전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으레 계시던 목사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좀처럼 강단을 비우지 않으시는 목사님이 병환으로 예배 참석을 못하신 것이다. 성전이 텅 빈 느낌이었다. 예배 시간 내내, 육신의 고통과 주일을 지키지 못한 괴로움으로 지내실 목사님을 생각하니 새삼 목회자의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가 생각되었다.
  
왜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주일 예배까지 불참시키시며 고통을 주셨을까. 우리 하나님은 참으로 오묘하신 분, 그분의 한치의 오차도 없는 계획을 곧 알 수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우리들에게 목사님의 소중한 존재를 확인시키고, 그분을 위한 교인들의 기도가 더 많이 이어지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인 것이다.
  
2000년 전 예수님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듯이, 목사님도 우리와 같이 약하고 허물이 있는 인간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되겠다. 우리는 자신들에게는 관대하면서도 타인, 그 중에도 목회자들에게 비판적이고 너무 과중한 부담을 드리거나 신격화된 모습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군중 속에 고독이라는 말처럼 우리 목사님도 수많은 교인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
  
살아가는데 필수 불가결한 것들이 늘 곁에 있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 듯, 으레 목사님은 항상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어야하는 붙박이 가구처럼 생각해 온 것이 부끄러웠다. 빈 강단을 바라보니 그 동안 목사님과 사모님을 위한 기도에 너무 소홀했던 것이 자책으로 자리 잡으며 가슴이 아려왔다.
나도 돌이켜 보면 교인끼리는 많은 정을 나누고 지내면서도, 목사님에게는 어려운 마음에서인지 늘 사무적으로 대해드렸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목사님께 사랑과 격려로써 힘을 드리고, 그분의 어려움을 배려해 드리는 성숙한 교인의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 가정의 어버이가 확고한 신념과 사랑으로 자녀를 훌륭하게 양육할 수 있듯이, 교회도 목사님의 건강과 과도하지 않은 스트레스, 안정된 삶 속에서 더욱 하나님의 신령한 메세지가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목사님, 그리고 사모님, 그분들을 존경하고 이해와 사랑으로 감싸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항상 귀한 말씀으로 우리의 토양을 옥토로 만들어 주시고 우리 생활을 지켜주신 목사님. 또 모든 어려움을 기도와 침묵으로 일관하시고, 그 많은 교인들을 미소와 사랑으로 대해주시는 사모님. 긴 세월 교회 발전을 위해 무한한 노력을 하시고, 안정된 교세와 모든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시는 그분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 드린다.


  
           (1999년 11월 크리스챤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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