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청소

2019.12.12 12:31

김창임 조회 수:11

닭장 청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나 자신을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해왔다. 그건 우리 큰오빠와 친구들이 나를 늘 그렇게 칭찬을 해왔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우리 집에 올 때면 나는 그녀에게 집안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내외가 집에 오기 전에 각별히 집안 청결에 애를 썼다. 심지어 싱크대를 깨끗이 하려고 돋보기까지 쓰고 닦았다. 내가 특히 깔끔하게 신경을 쓰는 곳은 하수구다. 싱크대는 물론이고 욕실 바닥이나 욕조안의 머리카락, 세탁기, 베란다, 하수구까지 청결하게 해야 마음이 개운했다. 심지어 냉장고 위나 장롱도 젖은 걸레로 깨끗이 닦아내야 마음이 편안하다.

 나는 집안 청소를 위해 도우미 아줌마를 불러놓고도 그분이 도착하기 전에 아주 더러운 것들을 버리거나 감추기 일쑤다. 왜냐하면 그분도 손님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 집의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밖에 나가서 이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치우다보니 그분들도 나를 칭찬하곤 한다. 그들 가운데 어떤 분은 사전에 주위를 치웠다는 것을 알고서

 “그러한 일은 우리가 해야지요. 우리는 무엇을 하란 말입니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남편은 요사이 내가 기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고서 집안 청소를 도맡아한다. 청소를 하면서 군소리도 주인을 꼭꼭 따라다니니 입에 병이라도 생길까 걱정이다. 그러면 나는 그런 남편에게

 “나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말없이 했는데, 왜 당신은 군소리 친구들이 그렇게 항상 따라다니지요?

 라고 말한다. 신혼 시절, 나는 임신을 했었는데 직장에 다녀와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도, 집안일을 열심히 했었다. 그 시절 남편은 집안일을 돕기는커녕 신문을 읽고서 아무 데나 두곤 했었다. 그래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걸 치우거나 재활용함에 버렸다. 식사 준비도 소리 없이 하니 생시어머니는

 “언제 너는 아무 소리도 없이 그렇게 밥을 했느냐?

하면서 놀라셨다. 그러면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냥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일을 하면서 투정은커녕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하곤 했다.  

  어느 날이었다. 남편은 그날도 여느 때처럼 식탁 밑 청소를 하며

  “우리 집 닭장은 먹을 것이 많아서 닭들이 잘도 크겠구나.

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능청스럽게

 “이왕이면 암탉을 기르면 참 좋을 것 같네요. 그래야 알까지 얻어먹을 게 아닙니까?

라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밥을 먹을 때 잘 흘리는 편이다. 아예 앞치마를 두르고 먹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옷에 얼룩이 생긴다남편은 흘리지 않고 잘도 먹는다. 그러면 “나처럼 털털하게 살아야지 너무 깔끔하면 친구도 없대요. 물고기도 맑은 물보다 흐린 물이라야 먹을 게 많아 잘 산다잖아요?

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이 말은 털털한 내가 자기합리화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어느 날 나는 우리 아저씨뻘 되는 집에 갔었다. 어찌나 집안이 깔끔한지 내가 덥석 앉아 있기가 부담스러워 혼난 적이 있다. 그분과 친구하면 내 털털함이 허물로 보일까 봐 놀러오라고 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지금까지 강산이 세 번 변할 정도로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서로 왕래하기가 두렵다. 다만 집밖에서 부담 없이 가끔 만날 뿐이다.  

 

 또 어느 날 친구 집에 간 적이 있다. 우리가 떠나기도 전에 그 친구는 청소기로 과자 부스러기를 치우고 있었다. 우리가 떠난 뒤에 해도 될 일인데 그리도 깔끔한가 싶었다. 그녀의 누군가가 와서 뭐라고 핀잔을 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뒤부터는 그 집에 가기가 부담스러웠다.

  오늘도 남편은 미소를 지으며 군소리 친구랑 어깨동무하며 적어도 하루에 두 번 정도는 ‘닭장 청소‘하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어짜피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말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2018.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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