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2020.07.10 02:33

김세명 조회 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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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김세명
  

김세명 수필가김세명 수필가

삼라만상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알 듯 말 듯 스며든다. 산 계곡 숲속에서 은은하게 느끼던 나긋나긋한 푸른 향기다. 숲속은 포근하다. 저 나무들도 사람의 삶과 같지 않은가? 수종 간에 소리 없는 경쟁을 하며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여유롭게 보인다. 자연도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안정되어가는 숲으로 이루어지겠지.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묵은 이파리들이 팔랑댄다. 춤을 추듯 너울거린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반복되다가 한 잎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팔랑대며 팽그르르 돌다 덜어진다. 아름다운 환상이다.

언덕에는 찔레꽃이 피고 강변에는 물새들이 촐싹대던 어린 시절을 어이 잊을 건가. 그 시절 그리움이, 빛바랜 일기장 글씨처럼 흐릿해져 간다. 강가에서 물고기 잡기나 삼대에 거미줄을 감아 잠자리를 잡고, 자연과 벗하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내 고향 북고사로 가는 방죽가에서 왕 잠자리 암컷을 잡아 실로 다리를 묶어 바이~바이~하며 원을 그리면 그 말을 알아듣는지 숯 잠자리가 날아와 헐레(짝짓기)를 한다. 미물이지만 종족의 번식을 위해 계속 시도하는 왕잠자리들을 포획했다. 암컷을 향해 끝없이 도전한다. 잠자리 잡기에 해가는 줄 몰랐다. 잠자리는 7년간 유충으로 물벌레에서 잠자리가 된다고 한다. 사람은 왜 날 수 없을까? 하며 잠자리를 부러워도 했다. 나도 청년기를 지나며 사람도 미물과 크게 다를 바 없음을 깨달았다. 시련을 당하면 종족을 더 번식하는 것은 본능이다. 육이오 사변 후 베이비붐이 증명한다. 아이를 낳으면 저절로 자라는 줄 알았다. 제 복(福)은 타고 난다며 굶주리며 넘어져도 단련하며 활달하게 자랐다. ‘배워야 산다’ 며 인생의 완성을 위해 학문을 익히고, 우월감에 젖어 고아한척 이기심에 빠지지만 한치 앞만 바라볼 뿐이다. 생존경쟁을 위해 아등바등하며 사는 게 너무 처절할 때가 많았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다른 생물보다 사람이 우월하다고 단정 할 수도 없다. 요즘처럼 코로나19 미물에게 인류가 고통 받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 이후 모든 게 변했다. 빈부의차도 비 대면으로 종교의 패러다임도 위선으로 외면 받고 있다. 신천지도 극락과 지옥도 누가 가보았냐 돈을 벌기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이런 말도 먹히지 않는다. 사람도 미물처럼 한 시절 맴돌다 종족을 번식하고 살다 때가 되면 간다. 천수를 누리기도 하고 불행을 당해 요절하기도 한다. 평탄하기도 하지만 직선과 곡선 원형을 그리며 물레방아처럼 돌고 돌며 생을 이어 간다. 철따라 꽃이 피고지고 신록이 우거지면 쉼 없이 생태계는 번식을 하고 모든 생물은 먹이사슬에 따라 나고 죽고를 반복한다. 누구나 그 대열에서 부귀공명을 누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잠자리 포획처럼 소용없다며 good bye~ 하는 게 삶이 아닐까 ?

김세명 수필가는 2001년 『수필과비평』지로 등단했으며, 전북문협과 전북수필 모악에세이 회원, 신아문예 작가회 감사, 수요반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業(업), ‘청무성(聽無聲)’ 수필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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