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봄

2020.07.12 13:40

한일신 조회 수:5

코로나의 봄

안골은빛수필문학회 한일신

 

 



  신록이 짙어가는 계절, 삼라만상도 이젠 푸른 옷으로 바뀐 따뜻한 늦봄이다. 향기로운 꽃들이 다투어 피고 지지만 아름다운 봄을 자유롭게 만끽도 못한 채 웃는 얼굴들은 볼 수가 없고 마스크 사이로 비친 사람들의 찌든 심신이 한낮부터 다운되어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우리나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12월 말이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우리에게도 다가와서 가장 잔인한 달 4월이 되었다. 청명인 44일부터 코로나 지역감염을 막으려는 정부방침에 따라 전국의 가볼 만한 공원은 모두 빗장이 걸리고 말았다.

   코로나(corona)는 태양의 대기층에 있다.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으로 놓이는 개기 일식 때 검은 태양의 둘레에서 태양반지름의 몇 배에 걸쳐 밝게 빛나는데 이것이 코로나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왜 하필이면 코로나일까? 이유도 모른 채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우리는 오늘도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 질병은 작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증상을 보인 환자가 발견되어 최초로 보고된 급성 호흡기 증후군이다. 우한에서 처음 환자가 나타났고 급성 폐렴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초기에는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그런데 1월 초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을 일으킨 병원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113‘201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로 이름을 확정했다. 그 형상이 마치 왕관 모양인 것을 보고 코로나라 이름 붙인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들이닥쳤을까? 전혀 겪어보지 못한 무시무시할 만큼 사람들을 위협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얼마나 더 견뎌야 이 역병이 지구상에서 소멸하고 종지부를 찍을지? 또 언제나 백신이 개발될지 막연한 기다림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이런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떠도는 뉴스, 이런저런 서로 간의 원망과 질타 등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더욱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코로나와 공존, 동존하는 상황에서 예방과 대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최우선이 아닐까 싶다. 마스크 끼기, 손 씻기, 사회 거리 두기 등 말하지 않아도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 깊이 입력이 되어서 더 나열할 필요가 없다.

   그래요. 어린아이가 열병을 앓고 나면 영민하고 똑똑해지고 성숙해지듯이 이제는 너나없이 코로나를 대처하는 방법과 규칙을 잘 지키는 모범생으로 진화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미 한국 정부의 전략적 대책, 그리고 수준 높은 국민 의식이 국내외의 찬양을 받고 있다.

 이 모든 성과는 우리 국민 하나하나가 뭉쳐서 잘 지키고 이겨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비록 지금 코로나가 꺾여 주춤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경각심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다. 우리는 이제 사욕은 버리고 생각의 변화를 가져와 삶의 방식을 개선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살아있는 동안 따뜻한 마음가짐으로 배려와 베풂을 나눌 줄 아는 국민으로 거듭 나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의 지식인들과 우리 이웃 곳곳에서 탄식과 자성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오지의 차드라는 작은 나라 시인 무스타파 달렙은 이렇게 탄식하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그 하찮은 것에 흔들리는 인류, 그리고 무너지는 사회,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작은 미생물이 지구를 뒤집고 있다. 순식간에 우리는 매연, 공기 오염이 줄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시간이 갑자기 생겨 뭘 할지 모르는 정도가 되었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으며, 일은 이제 더 이상 삶에서 우선이 아니고 여행, 여가도 성공한 삶의 척도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다. 하늘의 힘에 맞갖으려 했던 인간의 지식 또한 덧없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단 며칠이면 충분했다. 인간은 그저 숨 하나, 먼지일 뿐임을 깨닫는 것도섭리가 우리에게 드리울 때를 가다리면서 스스로를 직시하자. 집에 들어앉아 이 유행병이 주는 여러 가지를 묵상해 보고 살아있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한 시대를 휩쓸어버린 페스트나 천연두, 콜레라 같은 무서운 전염병도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 약이 개발되면서 어느 정도 위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전염병은 최첨단 현대 문명 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앞에서 혼란스럽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코로나19 관리를 잘하는 모범국가라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 약이 없으니 불안하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때까지 방역 당국의 지시를 잘 따라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예방수칙을 잘 지켜서 코로나19를 모두 이겨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보호받을 때만이 개인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예부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 세상에 좋기만 한 일도 없고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는 말이 있다. 전 세계적인 재앙이 되는 코로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역설적으로 긍정적 면이 부각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가 아무 대가도 없이 마시고 살아온 산소의 감사함이 산소 호흡기의 부족으로 다시 일깨워지고 있다.

   그렇게도 인류의 숙제가 되어왔던 환경정화가 미물인 바이러스에 의해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인간의 오만과 무능력을 깨닫기도 한다. 함께 앉아 밥을 먹으며 웃고 떠들던 일상의 소중함을 당연하게 여기던 가족, 친구와 친지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만날 수 없게 되자 애틋한 마음을 담아 카톡을 주고받는 심리적 다가서기로 변모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같이 살기의 다른 이름이다. 이는 사람들의 개인적, 사회적 본능을 억압하는 사회적, 법적 장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거리 두기는 나와 너의 공통기반에 대한 환기이자 사회적 공생과 연대를 호명하는 윤리적 물음인 셈이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물음은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인 위기 앞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윤리적 방향과 존재방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나와 너를 소외시키는 개인적, 집단적 자기위무적인 욕망에 저항하며,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성을 새롭게 세우는 과정이다. 결국 같이 살기이자 더불어 살기. 우리 모두 코로나를 현명하게 이기고 우리 자신들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0.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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