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친구, 연금

2020.07.14 16:48

구연식 조회 수:3

노후의 친구, 연금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젊은 날은 남·녀고등학교로 전출 다니면서 반평생을 보냈다. 주로 인문고등학교에서 근무했기에 그 당시는 아침 자율학습, 저녁 자율학습, 심지어는 일요일에도 등교하여 자율학습 감독을 했다, 그래서 매일 새벽에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해야 했다. 어쩌다가 해님이 보고 싶으면 일부러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야 볼 수 있었다. 그 시절은 학교 급식시설이 없어서 학생도 교사도 도시락 2개씩 싸서 등교해야 했다. 더구나 아내도 체신관서에 출근하면서 집안일 돌보랴 어린 새끼들 키우랴 바쁘게 살면서, 도시락까지 챙겨준 아내에게 미안했다. 점심때 도시락 뚜껑에서 아직도 식지 않은 아내의 체온과 아내의 정성이 가득한 도시락 반찬에서 공직생활 중 가족의 애틋함이 남아있었다. 요사이는 가끔 그 당시 아내의 고마움과 교직 생활의 애환을 토로하면 아내는 늘 당신이 그 당시 고생하면서 받은 연금 덕분에 이렇게 노후에 편히 살 수 있지 않아요?”라고 연금의 고마움을 이야기한다.

 

 ‘잔병과 가난에는 효자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 늘그막에 가장 어려운 삶은 질병과 가난이다. 그런데 매월 25일 전에는 어김없이 휴대전화 메시지에서 연금효자는 안부를 묻고, 연금이 통장에 입금되었음을 알려준다. 어느 자식이 매월 얼굴 안 붉히고 꼬박꼬박 용돈을 주며 안부를 물을까? 참으로 복지국가에서 사는 연금효자가 열 자식 안 부럽다. 나는 2010년에 정년퇴직을 했다. 가끔 출가한 아들딸들은 연금 때문에 부모님 걱정이 없다면서 자기들이 해야 할 몫을 연금이 해주어서 고맙다고 한다.

 

 연금 덕분에 나는 취미생활과 봉사활동을 지속할 수 있어서 좋다. 취미활동으로는 익산의 이소헌서예실에서 10년째 먹을 갈고 있다. 백지에 한 획 한 획을 그을 때마다 정신일도하사불성의 심정으로 원장님의 체본을 임서(臨書)하고 있어, 정중동으로 정서함양에 더없이 좋은 취미활동이다. 그래서 전국적 서예대전인 대한민국 마한서예 문인화 대전사단법인 한국서도협회 전라북도 지회에서 각각 우수상을 획득하여 늘그막의 취미활동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상생활 속에서 티끌에 묻혀 아옹다옹으로 남은 앙금을 먹물과 같이 갈아버리고 정제된 마음이 붓끝의 먹물로 승화되어 글씨로 꽃 필 때 묵향에 도취한 정신수양의 서예 취미생활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산업사회의 스피드시대에 덩달아 조급해지는 노인들의 성격을 완화하는 서예의 취미생활은 명의(名醫)의 처방전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퇴직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어설프고 현직 때의 여운이 남아있어 퇴직자들의 전염병 격인 소위 우울증이 만연한다. 이럴 때일수록 평소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에 망설임 없이 젖어보는라고 권하고 싶다.

 

 봉사활동으로는 교직원 22, 6개 학과 학생 80여 명의 대안학교 격인 익산무궁화학교에서 현직 때의 교직경험을 토대로 관리책임자로 7년째 봉사하고 있다. 학생 대부분이 개인과 가정 사정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거나. 공교육 과정에서 뒤처진 학생들로 학습지도와 상담 지도를 병행해야 하는 이중적 고충을 안고, 교사와 학생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정신으로 학교가 일취월장하고 있어, 관리자로 봉사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장소와 대상은 달라도 그 옛날 현직 때의 향수로 돌아갈 수 있어 퇴직 후의 공황장애를 메꿀 수 있어 더더욱 좋다.

 

 감히 봉사활동의 자세를 권장하면

 첫째, 봉사활동은 손익계산(損益計算)을 버려야 한다.

 봉사활동은 권리보다는 의무적 자세에서, 얻는 것보다는 주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물질적 정신적 손익계산을 따지는 것은 금물이다.

 둘째, 봉사활동은 자아(自我)를 버려야 한다.

 봉사활동은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행위이므로 언제나 관용과 배려의 자세가 아니면 어렵다. 내가 과거 사회적 지위가 어떤 사람이었는데란 선입견은 오히려 피봉사자에게 억압과 복종을 강요할 수도 있다. 나를 버리고 낮은 자세에서 피봉사자와 눈높이를 맞춰야 진정한 봉사활동이 된다. 끝으로 봉사활동은 물질(物質)보다는 마음(精神)이 중요하다. 많이 가진 자는 봉사하지 못한다. 자기가 많은 것을 모으기까지의 역경과 고뇌를 생각하면 쉽게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봉사활동은 빈자(貧者)들의 미덕(美德)이다. 손에 든 것이 작아도 따뜻하고 큰 가슴으로 보듬고 안아주면 그것이 바로 진실한 봉사활동이다.

 

 아침에는 전주에서 익산으로 출근하여 학교 시간과 서예실 시간을 요리조리 비교하여 틈새시간에 봉사활동과 취미생활을 보내고 있어, 든든한 나의 효자인 연금이 매월 25일에 찾아오면 등을 다독거려 주고 손목을 잡고 안아주고 있다.

                                                                          (20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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