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2020.07.15 13:20

곽창선 조회 수:3

여 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곽 창 선

 

 

 

 며칠 사이 전해진 부음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사회운동에 큰 업적을 남기신 P시장과 백척간두에서 나라를 구한 B장군의 부음 소식이다. 두 분 모두 쌓은 업적은 이미 널리 알려져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지만 마지막 떠나는 순간만큼은 극명한 차이를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비바람까지 몰아치며 하늘도 따라 울었다. 호불호를 떠나, 님들이 남기신 공과는 역사가 말해 줄 것이다.

 “부디 영면 하소서!”

 

 전쟁영웅으로 알려진 B장군은 192011월 평북 강서에서 태어나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군 장교가 되었다. 해방 후 귀국하여 조선경비대 창군의 선봉이 되었으며 북한군이 남침하여 사흘 만에 서울을 함락하고 그 여세를 몰아 칠곡 다부동까지 내려와 아군과 대치하게 되었다. 인민군 3개 사단에 맞서 싸우기란 태부족이었다. B장군은 부하들 앞에 나가 “나를 따르라. 내가 물러나면 나를 쏴라!” 하며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인천 상륙작전과 서울 탈환의 전기를 마련했다. 숱한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전쟁 영웅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러나 80년 전 잠시 머문 일본군 근무 이력으로 친일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00세를 일기로 타계하셨다.

 

 P시장을 처음 본 것은 모 정치인과 서울시장 출마 단일화를 이룰 때였다. 더북한 수염으로 우리 앞에 다가선 그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시골 아저씨처럼 평범한 외모에 허스키한 눌변으로 인기를 누려 왔다. 사회의 저변에 깔린 구조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 많은 업적을 남겼고 특히 미 투(Me Too) 운동의 불씨를 지핀 페미니스트로 자처하며 여성 운동의 대부로 자리 잡았다. 그 여파로 서울 시장에 도전 3선에 연임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도 역시 마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숱한 미스터리만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두 거인의 삶은 하나의 역사요 스토리가 있는 선각자들임에 틀림없다. B장군은 80년 전 짊어진 짐을 벗고서 이제 홀가분히 군복으로 지은 수의로 갈아입고 피땀 젖은 고지의 흙을 품고서, 그리던 전우들 곁에서 영면하셨다. 그가 남기신 6,25 전공은 오래도록 후대의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큰 야망을 불태우던 P시장, 1000만 시민과 지인들에게 난제만 남기고 생을 마감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지도자답게 자신이나 지인들, 우리 모두를 위해서 피치 못할 사정을 설명하고 떠났으면 좋았을 것을!  모호한 죽음으로 뒷소문이 추측으로 떠돌고 있으니 어쩌란 말인가? 무엇이 두려워 그렇게 황급히 세상을 떠났단 말인가?

 주위를 달구고 있는 여운들이 화음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떠도는 여운들이 훗날 어떤 형상으로 회자回刺될지 궁금해진다.                                                       

                                              (202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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