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2008.01.15 06:25

오연희 조회 수:32











      겨울/오연희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풀썩 꺼질 것 같은
      공 하나
      있다

      구르고 굴러
      성한 곳 없지만
      그래도
      익숙한 것은 구르는 일 뿐인…

      해 환한 날의 추억만으로
      굴러가는
      하루

      웅크린 등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옅은 물기
      눈여겨 보는 이 없고

      말을 그려내던 입
      그 간절한 소통의 물꼬도 닫혀버린

      가는 세월이
      굴리고 있는

      하나

      어머니…











-2008년 심상 3월호-
-2008년 미주문학 가을호-




2008년 미주문학 겨울호에 실린 정호승시인의 시평



오연희의 <겨울>은 은유어는 '공'이다. 이 시는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풀썩 꺼질 것 같은/공 하나/있다'라고 시작된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이 어떤 은유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해 환한 날의 추억만으로/굴러가는 /하루'에서는 공이 하루라는 시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가는 세월이/굴리고 있는/ 공/하나//어머니...' 에서는 '공'이 시인의 어머니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은유는 여러 겹의 옷을 입는다. 시에 입히는 은유의 옷은 한겹보다 여러 겹을 입히는게 더 낫다. 이 시는 은유의 다의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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