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남자
2008.03.27 17:00
위층 남자
연 사흘 밤을 홀딱 지샌 다음 날
밤이 무서워
벌건 포도주 한 병 내밀고 사정했다
제발 잠 좀 자게 해달라고
얇은 판대기 경계로 놓고
즈그는 방바닥으로
우리는 천정으로
나눠 쓰는 처지도 모르는
덩치 큰 백인
위층으로 이사 온 뒤부터
밤마다 온 신경을 집중 시켰다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는 침대 소리는
그나마 참아줄 만 했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개평 뜯는 소리도
그러려니 했다
한 굽이 넘겼으면 잘 일이지
푸르딩딩한 새벽이 올 때까지
우지끈, 부시식, 삽질해대는 소리가
맨입으로는 가망 사망도 없더니
넓은 술이 들어가 속이 널따래 졌는지
며칠째 조용ㅡㅡ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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