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가지 위에 배꽃처럼------------시집
2008.05.09 15:51
빈 가지 위에 배꽃처럼
이 월란
내던지듯 돌아선 내 뒤에서 종일 꼼짝없이 기다린 신발 한 짝을 들었다 놓았다. 방금 손가방에 집어 넣었다 다시 꺼집어 낸 내 적막한 처소들의 열쇠꾸러미들을 들었다 놓았다. 먹다 남은 피자 접시를 냉장고에 넣을까, 그냥 버릴까 들었다 놓았다. 거꾸로 읽어가던 시집 한 권을 바로 놓았다, 뒤집어 놓았다 또 그렇게 들었다 놓았다. 볼 것도 아닌 TV 리모트컨트롤을 들었다 놓았다. 돌릴 것도 아닌 세탁기 옆에 얌전히 쌓인 빨래들을 들었다 놓았다.
오랫동안 조율하지 않은
먼지 쌓인 음표를 뒤집어 쓰고
아귀 틀어막고 있는
저 바이올린을
비명 삼키고
몸 밖으로 뛰쳐나와
홀로 맥박 뛰는
저 조갈증을
마알간 차창 너머
하늘 빈 가지 위에
배꽃처럼 걸린 저 얼굴을
들었다 놓았다
2007-07-24
이 월란
내던지듯 돌아선 내 뒤에서 종일 꼼짝없이 기다린 신발 한 짝을 들었다 놓았다. 방금 손가방에 집어 넣었다 다시 꺼집어 낸 내 적막한 처소들의 열쇠꾸러미들을 들었다 놓았다. 먹다 남은 피자 접시를 냉장고에 넣을까, 그냥 버릴까 들었다 놓았다. 거꾸로 읽어가던 시집 한 권을 바로 놓았다, 뒤집어 놓았다 또 그렇게 들었다 놓았다. 볼 것도 아닌 TV 리모트컨트롤을 들었다 놓았다. 돌릴 것도 아닌 세탁기 옆에 얌전히 쌓인 빨래들을 들었다 놓았다.
오랫동안 조율하지 않은
먼지 쌓인 음표를 뒤집어 쓰고
아귀 틀어막고 있는
저 바이올린을
비명 삼키고
몸 밖으로 뛰쳐나와
홀로 맥박 뛰는
저 조갈증을
마알간 차창 너머
하늘 빈 가지 위에
배꽃처럼 걸린 저 얼굴을
들었다 놓았다
200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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