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버린 강태공

2010.02.27 01:58

김수영 조회 수:59

사라져 버린 강태공    딸이 멀리 미시간주로 시집을 간후 보고싶어도 자주 만날수가 없어 늘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출가외인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보고싶은 애미의 마음을 그 누가 알랴!    때마침 조카내외가 풀로리다주 마이아미에 사는데 금년에 미국 체류임기가 다 끝나 한국에 귀국하게 되었다고 가주에 사는 두 고모를 관광을 시켜드린다고 초청을  했다. 나는 동생과 의논해서 가주에 돌아오는 길에는 딸네집에 들러서 딸을 만나고 오자고 약속을 하고 나니 모처럼 딸을 보게 되겠구나 생각하니 여간 기쁘지 않아 며칠 잠을 설쳤다.    조카가 사는 풀로리다를 동생과 함께 방문하여 바하마 섬과 키웨스트 섬등 여러곳을  관광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네 집에 들러서 미국의 아름다운 10대 주립공원중 하나인 매켄리(Fort McHenry National Monument) 아이랜드를 페리를 타고 관광을 했다. 이 섬에는 미국 독립전쟁 당시 세워진 적군과 싸웠던 전쟁요새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또한 내륙 지방에서는 볼수없는 희귀한 700 종류의 나비들이 서식하고 있는 나비집을 찾아 이들을 관찰하며 흥미진진하게 관광을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겨울에는 이곳 미시간주는 한국처럼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자동차 운전하기도 위험하고 길이 미끄러워 보행하기도 힘들어서 겨울에는 왠만해서는 올 엄두를 못 내었다. 그런 데 이번 겨울은 부득불 올일이생겨 울며 겨자먹기로 세번째 방문을 하게 되었다. 두번째 방문했을때 눈이 어찌나 많이 왔는지 시내 곳곳에서 지붕이 내려앉는 소동이 벌어졌고 딸네 집도 새집이었는데도 지붕 한쪽이 틈이 생겨 물이 새는 이변을 겪었다. 사람 허리에 까지 차도록 눈이 많이 와서 꼼짝도 못하고 집안에 갇혀 있었던 경험때문에 겨울에는 아예 올 생각을 접고 살았다.    요번 겨울에는 수년만에 딸을 찾아온 것 같다. 뒷뜰에는 아름다운 인공호수가 펼쳐져 있어서 여름에 와 보면 오리와 백조와 두루미가 많이 살고 있었고 때때로 사슴과 코이요테가 나타나고 다람쥐는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동물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평화롭고 고요한 시골의 풍경화를 보는 듯 호수와 나무들과 어울린 그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곳 저곳에서는 강태공들이 한가로이 낙시를 즐기는 모습이 참 여유로워 보였고 사위도 시간 있을때마다 낙시를 해서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서 매운탕을 끓여 뒷뜰에 앉아서 맛있게 먹으며 유유자적하던 추억이 떠 올랐다.    워낙 동물들을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뒷뜰 잔듸밭에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 보며 소나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다람쥐를 보고 있노라면 옛날 시골 고향 뒷산에 올라가 도토리 나무 밑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줍다가 다람쥐와 숨박꼭질 하던 추억이 떠 올라 아련히 향수에 젖어 보기도 했다. 아침 저녁으로 외손녀들을 데리고 호수 주위를 몇바퀴 돌고 나면 지쳐서 맑은 공기에 기분이 좋아 금방 잠에 곤하게 빠지곤 했다.    이번 겨울에는 눈이 오고 있었다. 뒷뜰에 있는 호수는 꽁꽁 얼어 있었고 오리를 위시하여 그 많던 새들은 자취를 감추고 눈보라가 휘 날리고 있었다. 나는 두팔을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눈을 지긋이 감고 빙빙 돌았다. 추운줄도 모르고 오랫만에 보는 눈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지 어린애 마냥 좋기만 했다.눈이 뺨에 닿자마자 솜사탕 녹듯이 사르 르 금방 녹아버리고 눈이 살갗에 닿는 촉감이 상쾌했다. 술에 취한듯 나는 눈에 취해 한참을 서성이다가 추운 기운이 감돌아 집안에 들어와 난로에 몸을 녹혔다. 저녁이 되자 눈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호수를 바라보니 밝은 달이 중천에 떠서 순백의 눈으로 덮인 온마을을 은은한 달빛으로 따뜻이 포옹하고 있었다.나는 뒷뜰에 나가서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소복히 쌓인 눈위를 걸었다. 서걱서걱 밟는 소리가 정적을 깨고 나의 귀에 속삭이듯 들려와 연인의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는 것 같아 외로움이 도망치듯 사라졌다. 나는 두팔을 벌리고 달빛을 한아름 가슴에 안고 집안으로 들어와 내려 놓으니 어두운 집안이 온통 등불을 켠 것처럼 환히 밝아왔다.    주위에 사계절 늘 푸른 소나무들이 호수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만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다람쥐들이 소나무에는 올라가지 않고 잎이 다 떨어진 나무에만 서너마리씩 매달려 열매를 따먹는지 계속 곡예를 하며 나무를 오르내리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여름철에 그렇게도 꽃과 싱싱한 나무들로 풍성하게 아름답게 보이던 호수 주위는 강태공들도 찾아 볼수가 없고 오리도 사라지고 없어서 어쩐지 쓸쓸해 보였지만 평화스러운 정적가운데도 여름철에 볼수없는 설경의 아름다움이 조용히 나의 마음을 갈대처럼 흔들고 있었다.    남가주는 겨울에도 영상의 날씨라 얼음이 어는것을 못보고 눈오는 날이 없다. 공원에 있는 호수를 찾아가도 얼지 않은 호수에서 언제나 오리나 새들이 노닐고 있어서 이곳과 같은 겨울철 환경을 상상조차 못하고 살고 있다.    오렌지시 아이젠하워 공원안에 있는 호수를 나는 겨울에도 종종 찾아간다. 백여마리가 넘는 오리들이 항상 물위에서 거닐고 있고 겨울 밤낚시꾼들도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갈때마다 볼수가 있다. 이 호수에는  송어가 많이 살고 있어서 송어를 낚는 낚시꾼들이 많다.     미시간 주 트로이(Troy)시에 살고 있는 딸가족을 방문할때 마다 도시 이름이 트로이라 나는 희랍의 트로이 전쟁을 연상하게 되어 퍽 흥미로운 도시로 나에게 부각되어 왔다. 트로이 전쟁때 그리스가 목마를 이용해 왕비 헬레네를 트로이로 부터 구해내어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꼭 목마를 사고 싶어서 찾았지만 구할수가 없어 아쉬운 마음이 있다.      왜냐하면 딸이 이곳 추운 날씨가 싫어서 집을 팔고 가주로 이사올 계획을 하기 때문에 트로이에 살아온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목마를 사고 싶어 했다.            이곳에 와서 겨울풍경을 만끽하면서 손녀들과 눈사람도 만들어 장난치며 모처럼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가 어린시절을 추억하면서 추운 겨울 날씨를 잊을수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안개꽃 처럼 눈꽃송이로 곱게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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