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2011.03.18 11:21

이월란 조회 수:29




겨울비


이월란(2011-2)


오지 않는 당신의 편지가
회신처럼 내리는 겨울 눈밭을 지나면
미처 보내지 못한 나의 편지들도
수정受精한 꽃으로 개봉되는 봄이 온다고

재촉하고 싶은 이 따뜻한 날
숱한 찬 빛을 맞으며
일감처럼 쌓여가던 폭설의 흔적 사이로
쏴아아 떠내려가고 싶었지

한 줌, 오래 오래 얼어 있던
그리움의 영토에서도 시간은
눈물로 떨어지고
유리관처럼 쌓인 영하의 넋을 품고

수은주 멈춰 선 화폭 속을
물길처럼 달리는 기차를 타고 싶었지
가련해지는 사람들을 마저 헤치고
이렇게 겨울비 내리면

씻겨 내린 민낯으로라도
그렇게
너에게로 가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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