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2011.03.24 16:20

안경라 조회 수:46

일본 열도 미야기현에 닥친 쓰나미 누가 안에서 사정없이 미는가 넘어진 물 위에 물 그 위에 또 겹치는 물 검은 벽돌처럼 켜켜이 쌓여 단단하게 일제히 일어서는 악마의 한 몸뚱어리 되어 날 선 갈퀴 이빨 드러낸 찢어진 큰 입 되어 작두 같은 칼 휘두르는 긴 혀가 되어 자르고 꺾고 던지고 부수고 가두고 죽이고... 마을 만한 연체동물 앞에서 착한 공무원, 스무살 어여쁜 딸 쓰나미가 온다 피하시라 피하시라 제 몸 아끼지 않고 외치다가 외치다가 바람이 되었네 사람들 귀에 징징 울리는 울음이 되었네 죽음의 아가리 시꺼멓게 널름 거리는 혀들을 보면서도 확성기 손에 잡고 끝까지 소리치다가 가녀린 온 몸 소리가 되다가 이생에서 마저 흘리지 못한 눈물 펑펑 흰 눈이 되었네 길 사라진 길 위로 집 무너진 집 위로 밭 없어진 밭 위로 한없이 바람이 피네 끝없이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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