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2011.03.24 16:20
일본 열도 미야기현에 닥친 쓰나미
누가 안에서 사정없이 미는가
넘어진 물 위에 물 그 위에 또 겹치는 물
검은 벽돌처럼 켜켜이 쌓여 단단하게
일제히 일어서는 악마의 한 몸뚱어리 되어
날 선 갈퀴 이빨 드러낸 찢어진 큰 입 되어
작두 같은 칼 휘두르는 긴 혀가 되어
자르고 꺾고 던지고 부수고 가두고 죽이고...
마을 만한 연체동물 앞에서
착한 공무원, 스무살 어여쁜 딸
쓰나미가 온다 피하시라 피하시라
제 몸 아끼지 않고 외치다가 외치다가
바람이 되었네
사람들 귀에 징징 울리는 울음이 되었네
죽음의 아가리 시꺼멓게 널름 거리는 혀들을 보면서도
확성기 손에 잡고 끝까지 소리치다가
가녀린 온 몸 소리가 되다가
이생에서 마저 흘리지 못한 눈물
펑펑 흰 눈이 되었네
길 사라진 길 위로
집 무너진 집 위로
밭 없어진 밭 위로
한없이 바람이 피네
끝없이 눈이 내리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8439 | 나그네 | 서용덕 | 2011.03.31 | 38 |
| 8438 | ★ 속 풀이 | 이주희 | 2011.03.30 | 53 |
| 8437 | 나 배고파 새 | 배송이 | 2011.03.28 | 59 |
| 8436 | 기부(奇附)의 마음과 문화 | 신영 | 2011.03.28 | 50 |
| 8435 | 스위치 2 - Switch 2 | 박성춘 | 2011.03.26 | 46 |
| 8434 | <토요연재> 침묵의 메아리 11 | 김영강 | 2011.03.25 | 33 |
| 8433 | 경험하지 못한자에게 필요한 침묵 | 노기제 | 2011.03.25 | 46 |
| 8432 | 옥편을 뒤적이다 | 박성춘 | 2011.03.25 | 35 |
| » | 바람꽃 | 안경라 | 2011.03.24 | 46 |
| 8430 | 청색 반점 | raphaelchoi | 2011.03.24 | 58 |
| 8429 | 마음이란/ 박영숙영 | 박영숙영 | 2011.03.24 | 52 |
| 8428 | 모국어도 국력이다 | 박영숙영 | 2011.03.23 | 60 |
| 8427 | 긍휼히 여기소서! | 신영 | 2011.03.21 | 57 |
| 8426 |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긍휼을 베푸소서! | 신영 | 2011.03.21 | 38 |
| 8425 | 갈대 꽃 | 최상준 | 2011.03.18 | 50 |
| 8424 | <토요연재> 침묵의 메아리 10 | 김영강 | 2011.03.18 | 33 |
| 8423 | 히키코모리 | 이월란 | 2011.03.18 | 54 |
| 8422 | 밤섬 | 이월란 | 2011.03.18 | 51 |
| 8421 | 대숲 | 이월란 | 2011.03.18 | 52 |
| 8420 | 겨울비 | 이월란 | 2011.03.18 |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