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구름에 가리어 / 김영교
2011.09.12 11:25
하늘 한 귀퉁이
구름 짙게 떠있어
가려진 햇빛, 서울과 이곳
늙는 것은 슬픈 일
늙고 아프면 쓸쓸해
게다가 연고자 없으면 참으로 답답해
정면에서 덤비는 올림피안 병원풍경
귀로의 차바퀴는 끝내 추월하지 못한다
저 생로병사의 엄청난 무게를
몸에 스며든 회색 일상 털고 싶어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고 목욕을 한다
피부 속속들이 번저든 우울의 곰팡이
허기저 먹어치우는 흰밥
세균처럼 양로병원 벽에 붙은 하얀 고독
내 창자 비빕밥 속에서
비벼지지 않는 응어리
오돌 도돌 발딱 일어선다
아,
깨끗이 닦은 베이윈도 지붕에
흥건한 저 달빛
소망의 한가위 대야에
내 마음 머리감는다
순해지는 내 안의 나
오늘 밤 잠투정은 멀리 흘러
때론 구름도 필요한가
차고 지는 보름달
우리 삶도 보름달
달 속에서 손 흔드는
병상 어머니
지금 구름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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