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 폭우와 무지개의 물방울/'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2011.09.13 08:51
9-13-2011,'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테러의 폭우와 무지개의 물방울
조옥동/시인
9·11, 10주년, 기억조차 지우고 싶은 날, 뉴욕 맨해튼을 덮은 회색의 공포 속을 빠져 도망치던 사람들의 모습은 외계인들을 보는 듯했다. 테러리스트들이 탈취한 여객기 2대의 자살적 충돌로 세계 무역센터의 거대한 쌍둥이 건물이 분노의 상징처럼 검은 연기를 뿜으며 지상으로 가라앉았다. 아침 출근시간, 일과를 시작한 수 천 명이 타버려 일시에 떼죽음을 당했다. 미국의 자존심, 인류 현대문명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진 비극의 날이다.
9·11,001,10주년,110층 등에서 숫자 1이 나에겐 여러 개의 직선으로 보인다. 21세기가 시작된 첫해에 곧게 11로 치솟은 쌍둥이 건물 110층이 허무하게 사라진지 10년이 지났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우리의 마음속에 잊혀 지지 않고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중학교 한 수학시간이 내 인식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직선은 점들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큰 발견이었다. 선이 모여 넓이를 이루고, 넓이가 모여 부피를 이룬다는 사실은 점이 모여 선을 만든다는 사실만큼 큰 감명을 주진 못했다. 볼 수없는 수많은 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선이라는 사실이 두렵고 신기하였다. 이때부터 호기심으로 사물을 보며 그 속에 숨겨진 것을 찾고 싶은 생각이 발전했다.
점을 보고 싶어도 선만이 보인다. 우리는 쉽게 선을 긋는다. 숨겨진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생은 각자 직선, 곡선, 원을 긋는다. 우리 눈으론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고 보여 지는 것만 볼 수 있다는 말이 진실이다.
늦은 퇴근시간 405 프리웨이를 달리다 보면 샌타모니카 산허리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황금색과 빨간색의 띠를 두르고 있다. 차체는 보이지 않고 한 점과 같은 수많은 자동차들의 앞뒤 불빛이 만든 빛의 행렬만 보인다.
화학시간엔 매직 쇼를 보는 듯했다. 순수한 물의 성질은 무색 무미 무취이다. 이 물에 약품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무색이 빨강 또는 파랑으로 때로는 파랑이 빨강으로 변했다. 물속의 수소이온 농도(PH)에 따라 산성 중성 염기성으로 변하는 현상을 색의 변화로 알게 되는 실험이다.
물속에 +,- 두개의 전극을 넣고 전기를 통하면 물 분자는 분해하여 양극엔 산소기체가 음극엔 수소기체가 모인다. 이때 수소가 모인 통속에 성냥불꽃을 가까이대면 퐁 퐁 소리를 내며 연소한다. 이는 물은 산소와 수소로 이루어졌음을 증명한다. 수소와 산소가 화합하여 물이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도 원래 수소와 산소의 절대 질량의 합은 새로 생긴 물의 질량과 같다. 화학반응에서 질량 불변의 법칙이다.
물질이 화학반응으로 성질과 형태가 새로운 물질로 변화 생성될지라도 반응 전과 반응 후의 절대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연의 소멸과 생성에 관심을 갖게 했다. 세상은 변해도 불변할 인간의 존엄성이나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연상을 했다.
서로 반대방향을 향하거나 같은 방향을 향하는 점들이 만드는 직선과 곡선 또는 한 점에서 종결되는 점들의 행진, 곧 원을 그려보며 희망의 상징인 무지개를 떠 올린다.
공중에 있는 똑같은 물방울이 빛의 굴절각도에 따라 찬란한 스펙트럼을 만든다. 무서운 테러처럼 공포의 폭우로 쏟아지기 보다는 보이지 않아도 무지개를 만드는 작은 물방울 같은 존재면 어떠랴.
테러의 폭우와 무지개의 물방울
조옥동/시인
9·11, 10주년, 기억조차 지우고 싶은 날, 뉴욕 맨해튼을 덮은 회색의 공포 속을 빠져 도망치던 사람들의 모습은 외계인들을 보는 듯했다. 테러리스트들이 탈취한 여객기 2대의 자살적 충돌로 세계 무역센터의 거대한 쌍둥이 건물이 분노의 상징처럼 검은 연기를 뿜으며 지상으로 가라앉았다. 아침 출근시간, 일과를 시작한 수 천 명이 타버려 일시에 떼죽음을 당했다. 미국의 자존심, 인류 현대문명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진 비극의 날이다.
9·11,001,10주년,110층 등에서 숫자 1이 나에겐 여러 개의 직선으로 보인다. 21세기가 시작된 첫해에 곧게 11로 치솟은 쌍둥이 건물 110층이 허무하게 사라진지 10년이 지났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우리의 마음속에 잊혀 지지 않고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중학교 한 수학시간이 내 인식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직선은 점들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큰 발견이었다. 선이 모여 넓이를 이루고, 넓이가 모여 부피를 이룬다는 사실은 점이 모여 선을 만든다는 사실만큼 큰 감명을 주진 못했다. 볼 수없는 수많은 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선이라는 사실이 두렵고 신기하였다. 이때부터 호기심으로 사물을 보며 그 속에 숨겨진 것을 찾고 싶은 생각이 발전했다.
점을 보고 싶어도 선만이 보인다. 우리는 쉽게 선을 긋는다. 숨겨진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생은 각자 직선, 곡선, 원을 긋는다. 우리 눈으론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고 보여 지는 것만 볼 수 있다는 말이 진실이다.
늦은 퇴근시간 405 프리웨이를 달리다 보면 샌타모니카 산허리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황금색과 빨간색의 띠를 두르고 있다. 차체는 보이지 않고 한 점과 같은 수많은 자동차들의 앞뒤 불빛이 만든 빛의 행렬만 보인다.
화학시간엔 매직 쇼를 보는 듯했다. 순수한 물의 성질은 무색 무미 무취이다. 이 물에 약품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무색이 빨강 또는 파랑으로 때로는 파랑이 빨강으로 변했다. 물속의 수소이온 농도(PH)에 따라 산성 중성 염기성으로 변하는 현상을 색의 변화로 알게 되는 실험이다.
물속에 +,- 두개의 전극을 넣고 전기를 통하면 물 분자는 분해하여 양극엔 산소기체가 음극엔 수소기체가 모인다. 이때 수소가 모인 통속에 성냥불꽃을 가까이대면 퐁 퐁 소리를 내며 연소한다. 이는 물은 산소와 수소로 이루어졌음을 증명한다. 수소와 산소가 화합하여 물이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도 원래 수소와 산소의 절대 질량의 합은 새로 생긴 물의 질량과 같다. 화학반응에서 질량 불변의 법칙이다.
물질이 화학반응으로 성질과 형태가 새로운 물질로 변화 생성될지라도 반응 전과 반응 후의 절대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연의 소멸과 생성에 관심을 갖게 했다. 세상은 변해도 불변할 인간의 존엄성이나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연상을 했다.
서로 반대방향을 향하거나 같은 방향을 향하는 점들이 만드는 직선과 곡선 또는 한 점에서 종결되는 점들의 행진, 곧 원을 그려보며 희망의 상징인 무지개를 떠 올린다.
공중에 있는 똑같은 물방울이 빛의 굴절각도에 따라 찬란한 스펙트럼을 만든다. 무서운 테러처럼 공포의 폭우로 쏟아지기 보다는 보이지 않아도 무지개를 만드는 작은 물방울 같은 존재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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