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서받지 못할 대 죄인이다



                 박영숙영

            

해마다 여름이면 도지는 위경련
한 달이 넘도록 수박 물과 쌀뜨물로 생명을 유지하면서도
쓰린 위 움켜잡고 보릿고개 넘던 시절에도

“물려줄 재산은 공부다. 배워야 산다”며
살과 뼈를 깎아서
아부지의 생애는 자식 위해 디딤돌이 되셨다

60평생 살던 곳 떠나고 보니
친구 없는 타향살이
식어버린 핏줄
옛것은 시궁창에 버리고
핵가족으로 변해버린 이 세상에서

아부지는 무인도 섬이 되셨다

외로움 홍수 날까
목구멍에 쇠창살 박힌 듯이 굳게 다문 입
토해내지 못했던 심중의 말들은
안으로만
안으로만 타들어 가서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통곡하며 울어도
하늘 울음 듣는 귀는 아무도 없었다

밤이고 낮이고
사방 석빙고 속에 홀로 앉아
넋을 놓고 창을 통해 바라보며
구만리 창공 속을 헤맸을
아버님의 그 마음속에 넘쳤을 그리움

아버님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홀연히 집을 나서서
어디론가 떠나가신 아버님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용서 받지 못할 대 죄인이 된다




*시작 노트:  평소에도 과묵하셨던 아버님, 60을 넘어 고향 진해를
떠나 포항 아들집에서 살게되었다. 그 당시는 노인회관도 친구도 하나 없었다.
돈 천원이면 포항에서 진해까지 갈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
아버지는(1976년 당시 63세) ㅡ돈 천 원을 가지고 부산 가는
뻐스를 탄 걸 알았다.부산ㅡ포항 정유소에서 진해 가는 뻐스는
또 다른 곳에 떨어져 있었는데ㅡ 돈이 모자라서였을까?

어느 노점 상인의 말로는 아버님은 도착한 뻐스 종점에서 ㅡ3일
동안을 기다렸다 고했다.맑은 정신을 가진 아버지는 누군가가 당신
을 찾아올 것이라 생각 하고 ㅡ 한곳에서 3일 동안……아~,한 곳에
앉아서 3일을 기다렸다는데………………
어디서 얼마나 배고파 하시며 목마른 고통속에 생을 마감 하셨을까
길거리를 가다가도 노인들이 쭈그리고 앉아있으면 발걸음이 멈추게 된다.



시집:사부곡 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