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외품
2014.01.06 19:26
등외품 / 성백군
금 간 사과, 벌레 먹은 복숭아,
기미낀 배, 주근깨 범벅인 오렌지,
가을볕에 화상을 입은 먹 감들이
마켓 바닥 한구석 광주리에
세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들어있다.
다 상한 것들이라서
세간의 주목에서 밀려나
돈 많은 사람 성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가난한 사람 상처 입은 사람의 눈에만 들어오는 것
비록, 진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저들의 삶이 하잖은 것은 아니다.
알만한 사람은 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다 안다
새도 알고 벌레도 알고 단 것만 쪼아먹고 파먹는다
익을 대로 익어서 더는 못 견디고 떨어져 깨졌으니 얼마나 맛있겠나 마는
돈 되는 것 겉모양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치이고 밀려나
싸구려 취급을 받는다고, 버려져 썩어간다고
광주리에 담긴 몇 개,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사람도 냄새를 풍긴다
홀아비 냄새 홀어미 냄새
이마엔 주름살 늘어나고 눈꺼풀 처지고 이빨 몇 빠지고
귀먹고 눈 어두우면 노인 냄새가 난다
등외품들이 모여드는 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인고의 냄새가 난다. 그 냄새 맡을 줄 아는 사람 역시
등외품이다
등외품 과일이 등외품 사람을 쳐다보는 눈길이
따뜻하다.
*시마을 작가회 2013년 11월의 詩 선정작
563 - 11022013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10079 | 사부곡 아리랑(아버님께 바치는 헌시)ㅡ 인터뷰기사 | 박영숙영 | 2014.01.16 | 41 |
| 10078 | 3박 4일의 일탈[퓨전수필 13년 겨울호] | 동아줄 김태수 | 2014.01.16 | 21 |
| 10077 | 천 년의 뿌리 아리랑 | 박영숙영 | 2014.01.15 | 71 |
| 10076 | 화롯불과 인두 | 김수영 | 2014.01.14 | 56 |
| 10075 | 해인사(海印寺) | 정용진 | 2014.01.08 | 67 |
| 10074 | 인터넷 고운 님이여! | 박영숙영 | 2014.01.07 | 44 |
| » | 등외품 | 성백군 | 2014.01.06 | 56 |
| 10072 | 알래스카 아리랑 | 서용덕 | 2014.01.06 | 60 |
| 10071 | 새 년에 는 | 이상태 | 2014.01.05 | 51 |
| 10070 | 한마디 만이 라도 | 이상태 | 2014.01.05 | 58 |
| 10069 | 춘경(春景) | 정용진 | 2014.01.05 | 60 |
| 10068 |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 성백군 | 2014.01.03 | 33 |
| 10067 | 탁발 | 동아줄 김태수 | 2014.01.03 | 50 |
| 10066 | 기다림 | 김사 | 2014.01.03 | 58 |
| 10065 | 12월의 마지막 밤 / 석정희 | 석정희 | 2013.12.30 | 51 |
| 10064 | 내가 아파지는 이유 | 노기제 | 2013.12.30 | 59 |
| 10063 | 송년의랩소디 | 이상태 | 2013.12.30 | 58 |
| 10062 | 친구[2013 미주 문학세계 22호, 2014 맑은누리문학 신년호) | 동아줄 김태수 | 2013.12.30 | 53 |
| 10061 | 가슴을 젖게 한 선물 | 노기제 | 2013.12.30 | 43 |
| 10060 | 눈으로 시를 | 채영선 | 2013.12.30 | 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