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에게 하는 사랑 고백



빛을 내지 않으면서도 받는 대로 돌려주며

몫을 챙기지 않아 줆도 그침도 없고

혼자 있을 때에도

낮 빛에 밀려 무시당해도

기다리고 채워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둠이 찾아와서 말했지요

캄캄할 때에는 불 밝혀야 한다고

욕망의 불을 밝히기 시작했어요

하고 싶은 일 원 없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둠 속으로 적당히 몸을 숨기기도 하면서

당신은 필요할 때만 찾게 되었어요

오히려 내 은밀함이 드러날 것 같으면 멀리했지요

다만 내 불빛을 유지하기 위해선 뭔가 태워야만 했어요



갈수록 내가 가진 걸 자꾸 태워 없애야 한다는 게 싫었어요

어둠의 행실을 떨쳐버리지 못할 두려움이 밀려왔지요

그때 당신이 다가와 나를 그냥 안았어요

당신은 이름만 빌렸을 뿐 원래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빛이었어요

스스로 부신 빛을 삭여 은은하게 머물며

공평하게 내어주는 사랑이었지요


당신이 내 안에서 차고 기욺에 따라 명암을 엮어

끊임없이 거듭나는 삶이 되게 하네요

이젠 다시 맞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태우며 살아야겠어요

보존하려 아끼며 쌓아둘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이름과 재산과 건강과 능력과 관계도

때 되면 유효기간 안에서 다 내어주는

한 사랑을 위한 소모품이어야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닮아가겠지요

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내 맘을 비추는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