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16

2009.11.24 17:55

박정순 조회 수:45

기척도 없이 고향으로 길 떠났다는 당신의 방문 앞엔 환한 등불로 비추었던 당신의 미소가 걸렸습니다 그 앞에 옹기 종기 모인 사람들의 얼굴엔 슬픔 한 자락 자리를 깔고 깔깔한 자존심만 풀칠하여 다림질한 언니의 목소리와 보드런 조카들의 핏기가신 눈망울이 흰 옷자락에 걸려 펄럭입니다. 폭죽 터지는 언니의 잔소리에도 “30분만 소나기 퍼붓고 나면 햇빛 비친다니까” 하고 웃음으로 벗어 놓은 당신의 허물은 큰그릇에 담을 수 있는 따뜻한 생이었습니다. 서편 하늘에선 당신을 영접하는 무지개가 섰고 무상대도의 길 걸으며 들려 준 말 “사랑할 날이 그리 많지 않은 생. 열심히 살아.”라며 이민 길에 손 잡아주던 당신을 위해 내가 고작 해 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묏가에 올리는 시 한 줄만 젖어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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