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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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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09/11/25)
엄만 운명을 믿으세요?
둘이서 밥을 먹다가 뜬금없이 떨어지는 딸아이의 질문
갑작스런 운명에 걸린 밥알들이 입속에서
홈빡 젖고 또 삭고 있다
그래, 끝까지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 바로 그 운명이었지
소아당뇨로 불임판정을 받은 신부와의 결혼을 이틀 앞둔
소년같이 청아하던 조카녀석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렇게 사랑하니?
사랑이 아니라 운명 같은 거에요
육법전서의 첫 줄을 읊듯 성스러워
그래, 삼켜야 사는 속된 밥알 같은 것이었지
사랑으로도 수태시키지 못하는 텅빈 뱃속을
무작정 헤엄치고 다니는 것이었지
너와 내가 업고 가야하는
그 눈부신 카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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