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아주머니와의 짧은 대화
2010.05.21 09:11
밴쿠버 공항에서
이름 모를 아주머니와 나눈 짧은 대화
그녀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와
시애틀에 살고 있으며
2달 예정의 고국 방문을
한 달 앞당겨 조기 귀국하신단다
형제 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답답하고 불편해서 한 달도 힘들었다는 그녀
69년, 부부가 고국을 떠나면서
수속 밟느라 너무너무 힘이 들어
다시는 고국 땅을 밟지 않겠다, 맹세를 했고
남편은 한번도 고국 땅을 밟지 않았단다
혹시나 해서 이름을 물으니
한인 사회에 나타나지 않아 모를 것이라 한다
일정을 바꾸느라 벌금 50불을 썼다는 그녀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고국에 계신 형제 분들도 아주머니 모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겠네요!
나는 두 달 예정으로 갔다가 일주일 더 연장하느라
50불을 썼습니다.”
그녀의 대답은
“그래요, 형제들도 나더러 엄청 까다롭다고 하데요.”
오래도록 그녀와의 짧은 대화가
가슴 한구석에 가시처럼 걸려있다
그녀와 내가 쓴 50불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 분들의 인생관을 논할 자격은 나에게 없다
한 가지 그 분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어떤 이유에서이든
닫혀있는 가슴을 먼저 활짝 열고
고국의 따뜻한 품에 안겨 봤으면 싶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859 | 영리한 우리 엄마 (I) | 성민희 | 2007.08.31 | 46 |
| 3858 | 내가 왜 이럴까? | 성민희 | 2007.08.31 | 49 |
| 3857 | 이런 날에는 연이 되어 | 김영교 | 2007.08.31 | 50 |
| 3856 | 전단지 | 장정자 | 2007.09.13 | 37 |
| 3855 | 아버지 | 성민희 | 2007.08.31 | 51 |
| 3854 | 일체유심조 | 배희경 | 2007.08.31 | 46 |
| 3853 | 너도 나중에 새끼 낳아봐. | 최향미 | 2007.08.31 | 47 |
| 3852 | 언제까지나 지워지지 않는 노래를 만들고, 새는 | 곽상희 | 2007.08.31 | 55 |
| 3851 | 내가 이세상에서 첨 본 외국영화 - 금지된 장난 - | 이 상옥 | 2007.08.30 | 40 |
| 3850 | 코리아타운. (1) | 황숙진 | 2007.08.30 | 50 |
| 3849 | 영원한 삶에의 묵상 - 30 | 오영근 | 2007.08.30 | 98 |
| 3848 | 영원한 삶에의 묵상 - 29 | 오영근 | 2007.08.30 | 80 |
| 3847 | 솔 이슬 방울 | 김영교 | 2007.08.30 | 37 |
| 3846 | 사계(四季) | 정용진 | 2007.08.29 | 48 |
| 3845 | LA 문학 캠프 전야와 아침 8/17/07~8/18/07 | 이 상옥 | 2007.08.29 | 51 |
| » | 이름 모를 아주머니와의 짧은 대화 | 권태성 | 2010.05.21 | 43 |
| 3843 | 외삼나무 곁에서 | 정문선 | 2007.08.28 | 50 |
| 3842 | 오래된 편지 | 한길수 | 2007.08.28 | 44 |
| 3841 | 바람이 남기고 떠나는 것 | 한길수 | 2007.08.28 | 48 |
| 3840 | 선인장과 항아리 | 박봉진 | 2007.08.28 | 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