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김왕노
2011.05.13 11:19

이별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는 백년이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 쓰린 몸에 감각에 눈물에 스쳐가는 세월이 무심하다 생각했습니다. 백년 산다는 것은 백년의 고통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상처고 아픔이고 슬픔이고 다 벗어버리고 어둠 속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축복이라 했습니다. 밑둥치 물에 빠뜨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엉거주춤 죽어지내듯 사는 주산지 왕 버들 같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알고부터 백년은 너무 짧다 생각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익히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하고 손 한번 잡는 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주 보고 웃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백 년 동안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이 꽃 피우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랑 속 백년은 참 터무니없이 짧습니다. 사랑 속 천년도 하루 햇살 같은 것입니다. 1957년 포항출생 1988년 공주교대 졸업 1992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한국해양문학대상 수상. 2006년 제7회 박인환 문학상 수상.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말달리자 아버지』. 글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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