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이 뽑은 지난 해 가장 좋은 시
2005.03.14 01:33
가재미 /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가재미’는 말기암 환자에 대한 기억 속 장면들이 언어의 표면으로 서서히 인화되는 순간을 채록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색한 작품. 두 눈이 한쪽에 몰려 붙어 있는 가자미(‘가재미’는 영남 사투리)는 목전에 다가온 죽음만을 응시하는 환자를 상징하고 있다. 문 시인은 이 시가 “어렸을 적부터 고향(김천시 봉산면 태화리) 마을에서 같이 살다가 작년에 돌아가신 큰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문 시인은 1994년 등단해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을 냈으며, 동서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불교방송 PD로 있다.
문인들은 문태준(文泰俊·35) 시인의 ‘가재미’를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 가장 좋은 시로 뽑았다. 선정작업은 도서출판 <작가>가 문정희 최동호 정일근 안도현 등 시인·평론가 120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 평론가는 “가슴에 다가오는 절절한 체험을 주위 사물과 결합시켜 재현해 아름답고 진한 서정을 길어 올렸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했다.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가재미’는 말기암 환자에 대한 기억 속 장면들이 언어의 표면으로 서서히 인화되는 순간을 채록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색한 작품. 두 눈이 한쪽에 몰려 붙어 있는 가자미(‘가재미’는 영남 사투리)는 목전에 다가온 죽음만을 응시하는 환자를 상징하고 있다. 문 시인은 이 시가 “어렸을 적부터 고향(김천시 봉산면 태화리) 마을에서 같이 살다가 작년에 돌아가신 큰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문 시인은 1994년 등단해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을 냈으며, 동서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불교방송 PD로 있다.
문인들은 문태준(文泰俊·35) 시인의 ‘가재미’를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 가장 좋은 시로 뽑았다. 선정작업은 도서출판 <작가>가 문정희 최동호 정일근 안도현 등 시인·평론가 120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 평론가는 “가슴에 다가오는 절절한 체험을 주위 사물과 결합시켜 재현해 아름답고 진한 서정을 길어 올렸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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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leen
2021.08.0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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