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판한다는 것 -퍼옴

2007.08.23 08:33

한길수 조회 수:821 추천:99

책을 출판한다는 것...    2007/04/22 12:50

http://blog.naver.com/pioneer7000/140037008518




올해 들어 지난 1월 <의사도 못 고치는 병을 밥장사가 고친다 2, 3권 >등 두 권의 책을 만든 후 석 달 가량 한 권의 책도 내지 않았다. 다행이 이 책들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덩달아 2년 전에 펴낸 <밥상이 썩었다 당신의 몸이 썩고 있다>가 의외로 앞의 두 권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어서 무척이나 반갑기 짝이 없다. 덕분에 편한 맘으로 푹 쉬었지만 사실 쉰다고 쉬는 게 아니다. 출판사는 신간을 계속해서 내지 않으면 존립의 의미가 없다. 따라서 나름대로 신간을 내기 위한 구상과 물밑작업을 하느라 마음은 늘 이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가 한 것이다.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출판사가 책 한 권을 펴낸다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단순히 책 한 권 제작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만든 그 다음의 마케팅이다. 애써 책을 만들어도 홍보와 광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팔리지가 않는다. 책을 펴냈으면 광고를 해야 그런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알고 사든 안 사든 할 것인데 이런 광고를 전혀 안 하면 독자들은 그 책이 나온 것조차도 까마득히 모른다. 거기다 하루에 쏟아지는 신간은 또 얼마나 많은가.



홍보와 광고가 안 돼 독자들이 찾지 않는 책은 서점에서 주문 자체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서점에 배본했다고 할지라도 서가 귀퉁이의 후미진 곳에 처박힌 채 먼지만 쌓여 간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출판사로 반품돼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큰 손해를 보게 되고 더욱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책에 쏟은 작가의 열정과 노력 역시 덧없이 사장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제대로 홍보와 광고를 못할 바에야 차라리 책을 펴내지 않은 것이 출판사나 저자를 위해 현명한 일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런 광고는 고사하고 자비를 들이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책만이라도 내놓고 보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니 유명 작가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다 그럴 것이다. 물론 이들은 하나 같이 자기 자신의 작품이 뛰어나며 많이 팔릴 것이라는 그런 확신에 빠져있다. 그리고 책만 나오면 백 권, 천 권은 금방 팔아줄 사람이 주변에 수두룩하다는 착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런 꿈은 빨리 깨는 것이 좋다. 많이 팔아줘야 50권, 백 권이며 이렇게 팔아줄 사람도 솔직히 손꼽아야 한다. 그 외에는 대부분 저자가 자신에게 공짜로 선물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책은 사 보는 사람들만이 사기 때문에 진정한 판매는 서점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서 이뤄져야 하고 그래야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출판의 생리를 잘 몰랐던 예전에는 출판사가 책만 만들어 주면, 심지어 자비를 들여서라도 책을 펴내기만 하면 많이 팔릴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지만 직접 책을 만드는 입장이 되어 객관적으로 냉정히 살펴보니 그것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나 작가지망생이 심혈을 기울여 글을 쓰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출판이다. 그리고 출판의 목적은 애써 만든 그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것이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거니와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홍보와 광고를 해야 하고 이렇게 하지 못할 바에야 모든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보류한 채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것은 출판사나 저자나 다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시가 좋아도 천 권 이상 팔리는 시집이 드문 세상이다. 단행본의 경우도 예전에 초판을 3천부씩 찍던 출판사들이 요즘은 2천부로 자세를 낮추고 있다. 설령 초판 3천부를 찍어 그것이 다 팔린다고 해도 출판사로서는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거기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광고를 쳤는데도 책이 안 나간다면 출판사는 큰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러니 그 어떤 출판사도 책이 많이 팔릴 거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없으면 광고를 치기가 힘든 것이다.



생각해 보자. 그 갖은 고생을 해서 시집을 내고 소설집을 냈는데 겨우 천 권, 2천 권만 팔린다면 무엇하러 책을 내는가. 단지 책을 냈다는 자긍심의 충족을 위해서? 작가에게 있어서 책은 자기 영혼의 결정체요 내가 존경하는 어떤 작가의 표현처럼 '정신의 자식'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육신의 자식을 결혼시킬 때면 자신이 가진 재산의 많은 부분을 아깝지 않게 투자하지만 정신의 자식인 책에는  대한 투자는 매우 인색하다.

책이란 한 번 내면 평생을 따라다니는 자신의 얼굴이나 다름 없는데 정말 모든 혼을 쏟아 부은 자식이라면 작가 자신이 아깝지 않게 투자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난하고  또 글이란 가난해야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출판사가 독자를 몰고다니는 유명작가, 소위 인기작가가 아니면 투자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출판에 대해 상의해 오는 사람들에게 누군가 책을 내주겠다고 하더라도 마케팅까지 책임지지 않으면 절대 내지 마라고 얘기한다. 달랑 책만 내주는 출판사도 직무유기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어찌어찌 책을 펴냈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부담은 고스란히 저자의 몫이 된다. 당연히 책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명색이 작가라는 이름으로 책은 펴냈는데 팔리지 않고 자신이 소화해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갈수록 자괴감만 커지게 되며 애초의 그 순수했던 문학적 열정은 좌절로 얼룩지는 것이다. 물론 실력과 운이 있어서 큰 공모에 당선되고 알아서 책을 내주고 광고를 해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신춘문예 한두번 당선됐다고 해서 그 작가의 책을 선뜻 내 줄 출판사도 사실 없다.
    
이제 길었던 휴식에서 벗어나 또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계획대로라면 5월 말부터서는 다달이 한 권 이상의 책이 나와야 한다. 나온 책은 제대로 광고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출판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또 귀한 작품을 쓴 저자에 대해 직무유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이렇게 하지 못할 바에야 어떤 책이든 내지 않겠다는 것을 하나의 신조로 삼았다. 이것은 어쩌면 그 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괴로워 해온 지난 경험의 소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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