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타운

2011.01.20 23:44

구자애 조회 수:536 추천:41

정월 대보름
달에 홀린 삐에로처럼
넋 놓고 가다 중심을 잃고 휘청인다
돌아보니 보드블록이 솟아 있다
저 아득한 곳으로부터
뿌리가 블록을 밀쳐내고 있었던 것
의지와 상관없이 심겨진 가로수
미처 자라지 못한 자신의 근거를
어둠에만 둘 수 없었던 것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을 깨보고 싶었던 것
가끔은 막힌 길도 일부러 뚫어야 할 때가 있어
돌아보지 않고 솟구쳐 올라와 보고 싶었던 것
무엇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경계를 넘어서 보고 싶었던 것
가늠할 수 없는 것이 내 생애만은 아니었던 것

계통없이 떨어져 나온 잔뿌리들
소신 같은 질긴 이념 하나 들고
태평양 건너 벽을 뚫고 언어를 넘어왔던 것
이 거대한 도시에
뿌리의 계보를 늘리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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