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64
어제:
176
전체:
474,537


수필
2016.11.10 07:40

In Loving Memory of John Ildo Righetti

조회 수 4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In Loving Memory of John Ildo Righetti



                                                                                                      홍인숙(Grace)




하이웨이 17은 참으로 경치가 수려한 길이다. 긴 산길을 따라 꼬불거리는 길 양 옆은 수목이 우거지고, 가끔은 사슴도 나와보는 아름다운 길이다.
그 길을 따라가다 산타쿠르즈의 해변가를 돌면 한 쪽엔 끝없는 바다가 펼쳐있고 다른 한 쪽엔 그림 같은 건물들이 자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바닷가의 운치를 더해준다.

가끔 남편의 퇴근 후 우리는 그 곳을 찾는다. 그 곳에서 일몰을 보고, 바다를 사랑하는 이들의 파도 타는 모습도 본다.
그리고 바다에 떠있는 Wharf를 거닐다 운치 있는 레스토랑 'Sea Cloud'에서 다정한 이웃과 찻잔을 기울이며 창 밖으로 보이는 밤바다를 즐긴다.

레스토랑의 유리창 밖으로 검푸른 파도가 밀려온다. 멀리 등대의 불빛이 간간이 바다를 비추고 Board Walk의 현란한 불빛이 검푸를 물결위로 길게 누웠다.
이미 태양은 바다 속으로 침잠하고 어둔 녘 저녁하늘, 평화와 정적만이 갈매기와 물개들을 내일로 향한 취침에 들게 한다.
이렇게 자연을 마주하고 정다운 이웃과 담소하고 있는 시간, 이것이 바로 축복이요, 감사란 생각이 든다.

레스토랑 앞 벤치에는 'In Loving Memory of John Ildo Righetti'라는 글이 각인 되어 있다.
산타쿠르즈에서 태어나 그곳에서만 84년을 살다 간 사람. 30세부터 그의 마지막 순간가지 그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을 하였다는 John Ildo Righetti를 기리기 위해 시(市)에서 기증한 벤치였다.
그는 산타쿠르즈와 그 레스토랑의 상징인 것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며 생을 다 할 때까지 한 곳에서 머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긴 세월을 한 직장에 머물면서 천직으로 삼는다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는 알 것 같다. 그가 얼마나 산타쿠르즈 바다를 사랑했는지..
온 생을 바다와 함께 보냈고, 지금도 바다를 그리며 잠들고 있는 그,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빈자리는 커다란 그리움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의 이름이 각인 된 벤치에 앉아본다. 그의 마음과 영혼이 살포시 내려와 앉은 듯, 낯설지 않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어느새 바다는 잠들고 그의 고른 숨결만이 한 줄기 바람으로 떠있다.
그는 그렇게 바다를 지키며 우리의 곁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1999년 한국일보 / 여성의 창)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748
288 수필 나이테와 눈물  1 홍인숙(Grace) 2016.11.10 142
287 수필 노을길에서 1 홍인숙(Grace) 2016.11.10 121
286 수필 소나기  1 홍인숙(Grace) 2016.11.10 129
285 수필 그리스도 안에서 빚진 자   1 홍인숙(Grace) 2016.11.10 100
284 수필 추수 감사절의 추억 1 홍인숙(Grace) 2016.11.10 110
283 수필 최선의 선택 1 홍인숙(Grace) 2016.11.10 78
282 수필 삶의 물결에서                                                               3 홍인숙(Grace) 2016.11.10 166
281 수필 마르지 않는 낙엽 1 홍인숙(Grace) 2016.11.10 52
280 수필 이별 연습 2 홍인숙(Grace) 2016.11.10 127
» 수필 In Loving Memory of John Ildo Righetti 홍인숙(Grace) 2016.11.10 43
278 수필 I LOVE JESUS                            1 홍인숙(Grace) 2016.11.10 109
277 수필 후회 없는 삶 홍인숙(Grace) 2016.11.10 111
276 수필 첫사랑 홍인숙(Grace) 2016.11.10 94
275 수필 목사님의 빈자리 홍인숙(Grace) 2016.11.10 93
274 수필 감사와 기쁨 홍인숙(Grace) 2016.11.07 81
273 수필 쟈스민 홍인숙(Grace) 2016.11.07 78
272 수필 감사 일기 홍인숙(Grace) 2016.11.07 72
271 수필 사랑의 편지 홍인숙(Grace) 2016.11.07 91
270 수필 두 시인의 모습 홍인숙(Grace) 2016.11.07 91
269 수필 아이들을 위한 기도 홍인숙(Grace) 2016.11.07 24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