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121
어제:
26
전체:
475,100


수필
2016.11.10 07:41

이별 연습

조회 수 127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별 연습
                        

                                                                                                홍인숙(Grace)



큰 아이가 몇 달 전부터 독립을 선언해왔다. 허락을 해 주지 않자 어느 날, 말도 없이 친구의 아파
트로 가버렸다. 아이가 가고 없는 방에서 주체할 수 없는 서러움으로 여러 날을 눈물로 지냈다.
곳곳에 스며있는 아이의 흔적들은 아이의 부재를 더욱 실감나게 하였고, 그 사랑스런 잔영이 사라
지면 허무함으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 하였다. 말도 없이 떠난 아이에 대한 배반감, 그 동안
아이에게 너그럽지 못했던 나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등, 자식을 떠나보낸 상실감은 견딜 수 없는
괴로움으로 밀려왔다.
  
어렵게 가진 아이라서, 또 첫애라서 그 아이에 대한 집착이 강했었다. 아이에게서 교과서의 모범답
안처럼 완벽함을 기대했던 나. 생각해 보면 사랑이란 미명으로 긴 세월 아이의 숨통을 죄어 왔는
지도 모른다. 아이는 대학을 집에서 다니느라 스무 살이 넘게 부모의 간섭아래 살아왔다. 부모를
떠나 아파트생활을 하면서 공부하는 다른 친구들의 자유로움이 부러워 언젠가부터 구속을 못 견뎌
하는 눈치였다.  이른 귀가시간. 돈 문제, 친구문제 등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어쩌면 아이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아이가 성인이 된 것을 조금도 인정하지 못하고 언제나 어린
아이로만 생각했던 내 쪽에서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내년이면 작은아이도 대학에 가게 된다. 거의 모든 틴에이저들이 그렇듯이 작은아이도 벌써
부터 집을 떠날 꿈을 꾸고 있다.
유충이 때가되면 고치에서 나와 아름다운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듯, 아이들도 이제 스스로 부
모에게서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더 이상 아이의 인생과 내 인생을 혼동하고 언제나 품속에 품고
있는 것만이 최상이라고 고집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제는 미련 없이 자식을 떠나보낼 줄 아는
성숙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되었나보다. 자책하고 슬퍼하기보다 그들의 성장을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 넓은 세상에서 살아갈 용기와 인내를 심어주는 원
동력이 될 것 같다.    결국 그들은 그들 스스로 인생을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큰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허락 없이 가버린 방법은 옳지 않았지만 독립하려는 마음은 이해한다고.  
모든 것을 스스로가 선택할 나이가 되었으므로 신중히 선택하고 선택한 것에는 반드시 책임을 져
야 한다고. 그리고 항상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 것을 부탁하고 마지막으로 엄마는 언제나 너
를 믿고 조건 없이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며칠 후, 편지를 받은 아이는 훨씬 밝아진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다. 그도 최초로 집을 떠나 보니
비로소 부모의 존재를 느끼는 것 같았다.
  
이제 아이들이 다 떠나면 그 빈 둥지에서 맞을 쓸쓸할 노년을 생각하니 그 동안 아이들 뒷전에 밀
려 소리 없이 있던 남편의 존재가 갑자기 크게 부각되어 왔다. 역시 부부만이 마지막 날까지 오순
도순 기대어 살아가게 될 것을... 이제부터는 남편을 향한 나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낮아질 것이리
라.

                     (1999년 크리스챤 타임즈 )




?
  • ?
    Chuck 2016.11.15 06:07

    이별. 


    인연이라는 나무에서 가지 하나 부러지는 소리 

    뚜둑, 

    아, 이별이란다.



    Farewell..


    A branch or branch from a tree


    Corner,


    Oh, goodbye.



    "https://www.youtube.com/embed/BpIbe6sGE_g" 

  • ?
    홍인숙(Grace) 2016.12.02 11:01

    쩗은 글에 큰 울림, 헛헛한 바람으로 마음을 헤집는 선율...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749
288 수필 나이테와 눈물  1 홍인숙(Grace) 2016.11.10 143
287 수필 노을길에서 1 홍인숙(Grace) 2016.11.10 121
286 수필 소나기  1 홍인숙(Grace) 2016.11.10 129
285 수필 그리스도 안에서 빚진 자   1 홍인숙(Grace) 2016.11.10 100
284 수필 추수 감사절의 추억 1 홍인숙(Grace) 2016.11.10 110
283 수필 최선의 선택 1 홍인숙(Grace) 2016.11.10 78
282 수필 삶의 물결에서                                                               3 홍인숙(Grace) 2016.11.10 166
281 수필 마르지 않는 낙엽 1 홍인숙(Grace) 2016.11.10 53
» 수필 이별 연습 2 홍인숙(Grace) 2016.11.10 127
279 수필 In Loving Memory of John Ildo Righetti 홍인숙(Grace) 2016.11.10 43
278 수필 I LOVE JESUS                            1 홍인숙(Grace) 2016.11.10 110
277 수필 후회 없는 삶 홍인숙(Grace) 2016.11.10 112
276 수필 첫사랑 홍인숙(Grace) 2016.11.10 94
275 수필 목사님의 빈자리 홍인숙(Grace) 2016.11.10 93
274 수필 감사와 기쁨 홍인숙(Grace) 2016.11.07 81
273 수필 쟈스민 홍인숙(Grace) 2016.11.07 78
272 수필 감사 일기 홍인숙(Grace) 2016.11.07 72
271 수필 사랑의 편지 홍인숙(Grace) 2016.11.07 91
270 수필 두 시인의 모습 홍인숙(Grace) 2016.11.07 92
269 수필 아이들을 위한 기도 홍인숙(Grace) 2016.11.07 24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