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홍인숙(Grace)
봄은
철새만 안고 오는 것이 아니었구나
물오른 꽃봉오리 툭툭 터져
겨울 산허리 지나 하늘로 오르면
적막한 누옥(漏屋)에서
풍금소리 멈췄던 사람
사랑하는 얼굴
하늘 붙박이별로 심어둔 사람
세상사 고단한 사람들이
겨우내 쓰고 있던
가시덤불 훌훌 털고
거리로 나서는구나
봄은
묵은 외투를 벗고
양지바른 길목으로 나서는 사람들의
바시락거리는 살냄새를
가득 안고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