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를 향한 돈키호테의 호통

2016.05.13 03:31

김학천 조회 수:190

‘있다가 없어지는 거 그게 참 문제네!’를 영역하면 뭐가 될까? 답은 간단하다.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 이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우스갯소리로 만든 말이다. 셰익스피어가 열한 살짜리 아들 햄넷을 잃은 후 삶과 죽음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두고 고뇌하는 인간의 슬픔을‘햄릿’에서 승화시켜 토해낸 절규다.

  그리곤 햄릿은 다음말로 잇는다.‘이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견뎌내는 것이 고상한 일인가, 아니면 거센 바다에 맞서서 무기를 집어 들고 덤벼드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결국 햄릿은 전자를 택함으로써 사색형 인간의 모델이 되었다. 헌데 햄릿이 독백한 후자는 엉뚱하게도 세르반테스가 지어 낸 돈키호테의 몫이 되어 행동형의 화신으로 등장했다.

  그러나‘햄릿’은 생각이 너무 많아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인물로도 비판 받는다. 그에 반해 돈키호테는 무모해도 용기 있는 행동으로 역사를 이끌어 나가는 인간형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햄릿형과 돈키호테형 둘 중 하나이거나 그 중간에 있는 어느 한 유형일 게다. 햄릿같이 선택이나 결정을 못해 우물쭈물 망설이는'글쎄요 족’이든가 지나친 의존증에서 벗어난‘키호티즘 족’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부류일 거라는 얘기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오늘 삶의 현장엔 온통‘눈치형’과‘묻지마형’만 있다. 정치가 그렇고 기업이 그렇고 소위 지도급이라는 인사들 두루두루 그렇다. 그 사이에 꼽사리 껴 그 잘난 금권력으로 갑질하는 미개형까지 모두가 절대적으로 믿는 신조는 단 하나,‘뺏느냐 뺏기느냐, 아님 짓밟느냐 밟히느냐 그것만이 내 알바로다’이다. 하나같이 거짓과 추태밖에 아는 게 없는 미천한 화상들이다. 

  이런 자들 때문에 겁나서 그랬나? 생전에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던 셰익스피어는 오히려 죽으면서 남긴 말이 없다. 단지‘내 무덤을 파헤치지 말라. 그런 자는 저주 받을 것이니라.’고 했다니. 

  기이하게도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두 사람의 인생에는 공통점이 많다. 어린 시절의 가난과 고생, 파란만장한 질곡의 삶, 죽은 뒤에 더 유명해졌다는 점 등이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대가는 공교롭게도 1616년 4월23일, 같은 날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눈감을 때만은 셰익스피어와 달리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 묘비명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고백했다.‘미친 듯이 살다가 정신 들어 죽었노라.’고. 이성을 앞 세워 잘난 논리로 이해관계를 따지며 사는 것이 옳은 삶인지, 아니면 우리가 꿈꾸는 것이 비록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공동의 선을 위해 그것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 바른 삶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말 아닐까? 숙고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내 준 셈이다. 

  그 뿐 아니다. 작금의 고위급 지도자들의 비열한 작태들이나 거물급 대표 인사들의 치졸하고 유치한 행태들 그리고 금수저들의 저질스런 갑질 행패에 대해 돈키호테는 이렇게 일갈했다. ‘좋은 배경의 미천한 자들보다는 천한 혈통의 나은 사람들이 더 중시되고 존경받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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