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섬나라 영국과 일본

2016.07.21 14:01

김학천 조회 수:135

  영국인과 프랑스인 여러 명이 함께 마차를 타고 나들이를 갔다. 가는 동안 영국인들은 체면치레를 하며 점잖은 체 말을 하는 반면 프랑스인들은 특유의 콧소리를 내며 수다스럽게 떠들어냈다. 

  한참을 가다가 큰 개울을 건너게 되었는데 그만 마차가 미끄러지면서 바퀴 하나가 난간에 걸리고 기우뚱거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놀라서 마차 밖으로 뛰쳐나오고 마부를 도와 프랑스인 몇 사람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바퀴를 끌어올리려고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난리 난 듯 더 시끄럽게 수선을 떨었다.반면 영국인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한발 물러서 있었다. 얼마 후 마차는 다리위로 끌어올려졌고 모두 다시 가던 길을 갔다. 

  헌데 마차 안에 다시 들어서자 프랑스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전처럼 그냥 이런저런 수다 떨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겉으로 보기에 차분해 보였지만 안색은 달랐다. 다시 이런 사고가 또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근심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침묵 속에 속앓이를 하며 가고 있었던 거다. 

  영국인과 프랑스인의 국민성을 빗댄 풍자다. 영국인은 겉으로 보기엔 신사요 예의 있는 모습 같지만 이기심과 오만이 그 실상이고 프랑스인은 즉흥적이고 가벼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실적이요 인내심이 강하다는 것. 

  이 얘기가 떠오른 것은 이번 영국의 브렉시트를 보면서다. 영국은 신사라는 허울 에 감춰진 이러한 본성을 드러내고 이미 몇 차례 저지른 전례 버릇 때문이다. 별 볼일 없던 북해 한 구석의 조그만 섬나라 영국은 일순간의 운 좋은 기회로 강국으로 일어선 후 온갖 침략과 수탈로 세계의 반의반을 지배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영광을 누렸다. 이 때문에 그럴까? 유럽에 있으면서도 유럽과 하나일 수 없는 유아독존의 인식이 깊이 뿌리박혀 있는 인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유럽은 기원 전 그리스의 도시국가 때부터 시작된 온갖 전쟁이 끊일 날이 없더니 기어코 두 번의 세계대전까지 치르는 참혹한 현장이었다. 이를 뼈저리게 느낀 영국의 처칠은 평화와 협력의 유럽합중국을 세워야 한다고 주창했다. 하지만 영국의 부당한 제의에 반발한 인접 국가들로부터 호응을 못 얻어 성사되지 못했다. 오히려 프랑스의 드골이 나서 부단한 노력으로 초기공동체가 성사되고 이를 모태로 오늘의 연합체에 이르렀다. 우습게도 따돌림 당한 영국은 드골의 거부로 끼어들지 못하다가 드골이 하야한 뒤에야 간신히 가입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럼에도 영국은 남 못줄 버릇으로 다시 탈퇴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디 그것뿐인가? 5 세기 전 영국의 헨리 8세는 본처와 이혼하고 그의 시녀와 결혼하기 위해 이를 불허하는 로마 교황청에 대항해 가톨릭을 버리고 새 종파를 만들면서까지 유럽 탈퇴를 했다. 그러고 보면 이번 브렉시트는 재범(?)인 셈이다. 

  헌데 이를 보면서 일본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유럽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영국이나 아시아에 있으면서도 아시아기길 거부하고 서구의 일원이 되는 염원으로 일찍이‘탈아입구(脫亞入歐)’를 주창했던 일본. 군주를 중심으로 여러 나라에 침탈을 일삼고도 타국들과는 다르다는 선별의식도 그렇지만 영국 국기 유니언 잭과 일본제국의 욱일기의 붉은 빛살까지 너무나도 닮은 두 섬나라. 이게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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