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쇠
2020.03.20 09:53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을 디딘 후 100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중남미 원주민의 90% 이상이 사망했다. 그것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침략자들과 벌인 전쟁 때문이 아니라 유럽인들에게 묻어 들어간 천연두, 홍역 등의 질병 때문이었다.
유럽인들에게는 수많은 가축을 키우며 얻은 세균과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었다. 하지만 유럽이나 아시아 그리고 아프라카 같은 대륙과 동떨어져 있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아주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생활양식으로 살았던 관계로 그러한 균들에 대한 내성이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아즈텍이나 잉카같은 찬란한 문명을 이루어낼 정도로 발달했던 중남미는 유럽인들이 침입하는 순간 새로운 질병에 노출되면서
몰살된 거다. 세균에 대한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들에겐 총칼보다 무서운 생물학 무기였던 셈이었다.
생리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이기도 한 UCLA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은 `총·균·쇠'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는 2차 세계대전까지 사망한 사람들 중에는 전투
중 부상으로 죽은 사람보다 전쟁에서 발생한 세균에 희생된 사람이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면서 그의 책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또 한편에서는 MS 빌 게이츠 또한 새삼 주목 받고 있다. 2017년 독일 뮌헨 안보 컨퍼런스에서 ‘핵전쟁은
국가 간 정치,
외교적 이해관계 때문에 발생하기 희박하지만, 신종 바이러스는 독감처럼 퍼져 언제든
수천만 명을 사망케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전염병이 핵폭탄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경고했던 거다.
유럽 인구의 절반을 죽음으로 몰았던
흑사병은 1347년에 시칠리 항구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번지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구촌이라는 말 그대로 일일 생활권이나 다름없는 오늘날은 그 파급력이
발생과 동시다.
이 때문에 그는 연설에서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글로벌 보건시스템을 구축하자고 했다. 세계가 핵 억제력에는 많이 투자하지만 전염병 대비엔 적게 투자한다고
지적하면서 만약 치명적인 바이러스 질병이 퍼진다면 세계의 부가 3조달러 이상 줄어들고,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 거다.
따라서 바이러스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전쟁에 대비한
워 게임(war game)처럼 세균 게임, 즉virus
game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군사훈련 못지않게 전염병 대응 훈련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그는
신종 코로나 퇴치를 위해 1000만 달러를 내놨었다.
그런 그가 신종 코로나가
발병하기 불과 한달 전인 지난해 11월 다큐멘터리 영화 ‘다음 번의 팬데믹’에서 ‘새로운 전염병이 크게 유행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하면서 바이러스가 출몰할 후보지로 중국의 수산시장을 꼽았었다. 헌데 이번 문제가
된 신종 코로나의 첫 확진자는 우한 화난수산시장의 노동자였다. 놀라운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는 거다.
흔히들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인간보다 똑똑하다’고 자조적으로 표현한다. 항상 인간보다 앞서 예상을 넘는 변종에 무차별적 공격때문이다.
그러나 인류는 언제나 이를 극복해 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2-28-20, 라니오코리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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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책이 두꺼워서 짜증내면서 읽었던 책입니다. ㅎ
균이 아무리 똑똑해도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또 기필코 이겨낼 것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