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무게
2018.01.16 21:59
이 아침에] 사랑하는 사람의 무게
성민희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8/01/17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1/16 20:18
비가 온다. 빗줄기 한 올 한 올이 제 모습을 선명히 보여줄만큼 굵다. 하늘과 구름과 바람이 투명한 방울 안에서 살아나온다. 빗방울도 좋지만 비 소리는 더 좋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다 스며든 것 같은 고요와 적막. 꽃의 향기도 바람의 일렁임도 나직이 엎드려 빗소리를 듣는다. 나는 손을 내밀어 빗물을 받아본다.
그날도 지짐지짐 비가 내렸다. 친구를 담은 관이 서서히 물웅덩이 아래로 내려가고. '경숙아, 니가 지금 어데로 가고 있노.' 엄마는 진흙바닥에 주저앉은 채 딸을 불러댔다. 나는 그저 물끄러미 서서 인부의 삽질을 바라보았다. 너무 추워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얼마 후 내 결혼식에 친구의 남편이 찾아와 손바닥 만한 성경책을 전해주었다. '주님을 경외하는 복되고 건강한 가정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79.11.10 경숙.' 낯익은 글씨에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가 영원히 떠났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 났다. 10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을 견디며 엎드려 또박또박 글을 썼을 그녀가 불쌍해서, 그녀가 보고 싶어 울컥울컥 눈물을 쏟았다.
친구는 나와 친해질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학교도 달랐고 사는 동네도 달랐다. 그녀는 가야금을 배웠고 나는 기타를 배웠다. 그녀는 등산을 좋아했고 나는 캠핑을 좋아했다. 그런데도 일요일이면 팔짱을 끼고 남포동 거리를 쏘다니며 재잘거렸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친구는 가난한 집안의 맏며느리가 되어 포항공업단지로 떠났다. 나는 가끔 오는 그녀의 엽서를 책상 위에 던져둔 채 잊어버리곤 했다. 한번 다녀가라는 채근에도 응, 응, 대답만 했다. 얼마의 세월이 흘렀을까. 임신중독과 이름 모를 병 때문에 친정으로 돌아왔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얼마나 외로운지 생각뿐이었다.
우리는 언제라야 사랑하는 사람의 무게를 느낄 수 있을까. 친척 중에 부인을 먼저 보낸 분이 있다.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 사람 없으면 못 산다며 꺼이꺼이 울었다. 결혼생활 일 년을 못 넘기고 이혼한 딸은 제 설움 때문에 퍼부은 말이 엄마의 심장을 찢었다며 울었다. 누나 때문에 고통스러운 엄마를 위로하지 못했다며 아들도 울었다.
프랑스의 역사를 바꾼 나폴레옹은 이혼을 거부하는 조제핀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버렸다. 사랑했지만 그녀의 문란한 생활에 대한 분노와 2세를 낳고 싶은 욕심은 더 이상의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게 했다. 황제에서 폐위되고 헬레나 섬으로 유배되기 전, 그는 파리 근교의 궁전 말메종(Malmaison)에 찾아가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곳은 조제핀과 사랑을 나누던 장소였던 것이다.
우리는 가장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절실하게 자신의 내면과 대면했을 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오면 그리운 사람도 있다. 함께 할 때는 물인 듯 공기인 듯 감촉이 없던 사람. '존재'만으로 존재했던 사람. 세월이 지날수록 눈물 나는 사람. 지금 내 주위에 혹 그런 사람이 있나 살펴볼 일이다.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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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1.2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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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1.20 08:24
우리는 한밤에 달을보면서 고향을 그리워한다. 젊은 날의 추억들,가족들과의 즐거웠던 시절, 식사시간,행복한 여행 등 행복했던 기억만으로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는 것이 향수요, 노스텔지어다.그러나 현대인들을 복잡한 사회속에서 더 큰 고독과 상실감을 느낄수록
깊은 향수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노인들은 가족들과의 대화로 과거를 회상할 기회가 없어지는
세대분리’ 상황에서
같이 웃고, 같이 먹고, 아니면 같이 눈물 흘리기도 쉽지 않아
향수에 젖을 때가 많아진다.
참으로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무엇을 위해 살았고 지금은
어느 곳에 있는지, 또한 고통과 번뇌 사랑 등에서 향수에 대한
긍정 부정적 감정이 교차 할 것이다.
아름답게 느껴지던 젊은 시절의 삶의 순간들도 비누물방울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나..
향수는 욕망과 불안, 외로움, 집착, 의심, 부정 등
다양한 감정 속에 오는 자연적인 감정이다.
향수가 지나치면 정신적 질병을 앓게 된다.
그러니 내가 선택한 삶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향수병을 극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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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1.20 08:47
황인숙의 시ㅡ 슬픔이 나를 깨운다 ㅡ
슬픔이 나를 깨운다
벌써!
매일 새벽 나를 깨우러 오는 슬픔은
그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소리 없이 나를 흔들고, 깨어나는 나를 지켜보는 슬픔은
공손히 읍하고 온종일 나를 떠나지 않는다
슬픔은 잠시 나를 그대로 누워 있게 하고
어제와 그제, 그끄제, 그 전날의 일들을 노래해준다
슬픔의 나직하고 쉰 목소리에 나는 울음을 터뜨린다
슬픔은 가볍게 한숨 지며 노래를 그친다
그리고,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다
모르겠어 ∙∙∙ 나는 중얼거린다
슬픔은 나를 일으키고
창문을 열고 담요를 정리한다
슬픔은 책을 펼쳐주고, 전화를 받아주고, 세숫물을 데워준다
그리고 조심스레
식사를 하시지 않겠냐고 권한다
나는 슬픔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지 않다
(∙∙∙)
ㅡㅡㅡㅡㅡㅡ
슬픔은 기쁨과 맞물려 있다
슬픔이 없이 기쁨이 있을 수 없다
잃음이 슬픔이고 얻음이 기쁨이다
잃음의 슬픔이 없이 얻음의 기쁨이 있을 수 없다
슬픔이
나를 깨우면 일어나고
어제와 그제, 그끄제, 그 전날의 일들을 노래해주면 울고
무엇을 할 것인지 물으면 답하고
슬픔이
나를 일으키면
창문을 열고 담요를 정리하고
책을 펴고, 전화를 받고, 세숫물을 데우고
슬픔이
조심스레 식사를 하지 않겠냐고 권하면
슬픔이 해주는 밥을 먹어라
슬픔이 있어야 기쁨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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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1.20 09:43
OUT LOOK !
참교육 이야기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재사회화는
필수다. 아날로그시대 살던 부모들이 알파고시대를 살아갈 자녀들과
대화라도 할라치면 그들의 언어부터 배워야 하고 그들이 알고 있는 세계와 가치관을 알지 못한다면 아이들 말마따나 꼰대 취급을 받거나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한국일보>
솔직히 말해 대학을 나왔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폼 잡던 시대는 지났다.
당시 부모세대들이 다 그렇지만 당시 학교에서 시험 점수 잘 받기 위해 달달 외워 얻었던 지식이란 아날로그시대를 거쳐 디지털 시대로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망각해 버리고 말았다. 상업주의의 마술 때문일까? 학교시절 배운 지식은 대중문화에 밀려 매몰돼 하루가 다르게 무용지물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디지털도 아닌 제4차산업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100만원도 받지 못하는 변호사들도 많아요” 지인들과 대화 중에 나온 얘기다. 물론 그와 정반대의 행운을 잡은 사람들도 많다. 진골계급에 진입해 대접받으며 남부럽지 않게 살 것이라는 기대가 이렇게 비참한 현실을 만나다니... 과거(사법고시)에 합격했을 때 본인은 물론 부모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던 기분이 살아가면서 만난 현실은 기대와는 다르게 만만치 않은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고 허탈감에 빠져 있지는 않을까?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세돌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제 일이 옛날 같다. 구글 번역기가 등장한게 엊그제 같은데 ‘신경 기계 번역 (Neural Machine Translation)에 기반을 둔 종단 간 학습 시스템으로 발전했다’는 소식이다.
이 시스템은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및 터키어로 총 8 개 언어로 번역해 전 세계 인구의 3 분의 1에 해당하는 모국어가 번역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영어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외국어를 몰라도 불편 없이
해외여행이며 대화 가능하다는 얘기다.
인공지능(AI)은 흔히 인류의 ‘바퀴의 발명’과 비견된다. 드론, 로봇, 무인차, 사물인터넷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딥 러닝(Deep Learning)의 위력이 2020년까지 710만개의 직업이... 476만개 화이트칼라의 67%, 제조업분야의 161만개 직업의 22.6%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봇스님, 로봇목사가 등장하고 섹스로봇이 등장해 남성이 쓸모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는 시점이다.
드론(Dron)과 무인자동차, AI 제조로봇...이 등장해
노동의 종말이 우리 눈앞에 다가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미지출처 : 매일경제>
천지개벽에 가까운 이런 변화에도 요지부동인 곳이 있다. 학교가 그렇다. 제 4차산업사회에서도 학교의 교육과정은 요지부동이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가치관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여전히 일류 지향적인 경쟁이 교육과정조차 무시하고 선행학습이니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며칠 전 초등 1, 2학년 영어 방화후 학교 수업을 금지했다가 학부모들의 등살에 밀려 취소하는 소동을 벌어졌던 것이 그 좋은 예다. 미래를 예측하고 이애 대응한 정책을 개발하고 학부모들에게 변화하는 세대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연수계획이라도 세워야 할텐데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변화의 사각지대가 된 학교. 대학교 1학년 때 배운 지식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4학년이 될 때쯤이면 무용지물이 된다는데,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 가운데 65%는 현재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모들... 수학문제까지 외워 일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 일류대학을 나와 변호사 판검사를 시키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들... 그래서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조차 빼앗기고 사는 부모들... 초등학생까지 선행학습을 시키겠다며 학원으로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 진정으로 자녀들을 사랑하는 길일까?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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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1.20 10:25
뜨게질을 하는 女子 / 고혜경
Meyer von Bremen
어머니의 자식이 어머니가 되면서
세상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산 아래 피어난 꽃 마다 아픔이 있고
손끝에 담겨진 情感 마다 눈물의 오색은
피어 아름답다
실타래의 어눌한 恨보다
한파 속에 절규하는 피 흘림의 세월
한 올 한 올 구름 속을 빠져나갈 때까지
둥근 산의 여인은 고통을 멈추지 않는다
꽃 들이 피어날 때마다
세상의 딸들은 어둠 속의 노래를 접고
신축성에 이슬을 발라 매끈한 옷을 입고
그녀는 태양 아래 숨을 거두었다 -
Chuck
2018.01.20 10:54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의사 여섯1.햇볕
2.휴식
3,운동
4,식이요법
5.자신감
6.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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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1.20 20:27
우리나라 최고학부 출신, 1명도 아닌 8명의 출가는 세상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뉴스거리였다.
언론은 앞다투어 취재에 열을 올렸고, 종교학자들은 정신세계의 고갈, 현실도피라는 등
90년대 후반의 정신세계가 붐을 탔던 사회현상과 끼워맞추기식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로부터도 출가의 이유를 들을 수 없었다.
386세대, 어느 세대 못지 않게 사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했던 시대를 거친 사람들이었기에
세상은 더욱 큰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사회적 출세가 보장된 사람들이었다.
행시출신 사무관, 서울대 박사과정, 석사 과정 재학중이던 97년
한마디 말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연인, 사회적 지위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갔다.
무엇이 이들을 떠나게 만들었고, 지금 이들이 찾은 것은 무엇일까? -
Chuck
2018.01.21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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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8.01.22 11:18
1. 용서가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도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지구상에서 용서받을 곳이 없게 됩니다.
2.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짐승들과 살 수밖에 없습니다.
3. 대화의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말동무를 찾지 못하면
전화방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4. 골방이 있어야 합니다.
혼자만의 공간(수납장, 옷장, 공부방, 화장실 등)이
많을수록 인품이 유순해 집니다.
5. 안식이 있어야 합니다.
피곤에 지친 몸을 편히 쉬게 할 수 있는
환경이 가정에 없으면 밖으로 나갑니다.
6. 인정을 해주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바깥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게 됩니다.7. 유머가 있어야 합니다.
유머는 가족 간의 정감을 넘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8. 어른이 있어야 합니다.
연장자가 아니라 언행에
모범을 보이는 어른이 계셔야 합니다.
9.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잘못은 꾸짖고 잘한 것은 칭찬해 주는
양면성의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10. 희망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더 잘될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면
가정의 가치는 더욱 높아집니다. -
Chuck
2018.01.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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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최정재
나이가 들면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알고 싶은 게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이해될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해하려 애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른으로 보이기 위해 오히려 긴장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편해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공부해야하고,
더 많이 이해해야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더욱 애써야 한다
끝없이
끝없이
나이가 들면서
짙은 향기보다는 은은한 향기가
폭포수보다는 잔잔한 호수가
화통함 보다는 그윽함이
또렷함보다는 아련함이
살가움보다는 무던함이
질러가는 것보다 때로는 돌아가는게 좋아진다.
천천히 눈을 감고
천천히 세월이 이렇게 소리 없이
나를 휘감아 가며 끊임없이
나를 변화시킨다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나를
나이가 들면서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들면
옹졸한 마음이 너그러워질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그 마음을 접고 접어 우아하게 감추는 법을
알게 될 뿐이다.
나이가 들면
넉넉한 생활에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그 삶을 들키기 싫어 고독하게 사는 걸
받아들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
존경받는 어른으로 살아갈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그 어설픔을 보이기 싫어 침묵하며 사는 데
익숙해질 뿐이다.
나이가 들면
그 모든 게 그리 슬프지만은 않다.
그게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