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설교
2018.07.05 08:52
수영장에 꿀벌 한마리가 빠졌다.
허우적거리는 녀석을 신발에 담아 건져올려 주었다.
밖으로 내어주면 탈탈 몸을 털고 날아갈 줄 알았는데 웬걸 옆걸음으로 비실비실이다.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기만 하면 풀밭인데 도로 풀장 쪽으로 기어간다. 혹시 자살하려는 것을 내가 건진건가?
손으로 만지기는 징그럽고 그렇다고 모른척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기엔 가엾고.
할수없이 신발로 툭 쳐서 바깥으로 밀어내었다.
그 여린 몸이 부서질 것 같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이 녀석. 내 마음도 모르고 한바퀴 뒹굴고는 몸의 균형을 잡더니 또 풀장쪽으로 기어간다. 아이구. 이 바보. 또 살짝 밀었다. 시멘트 바닥에서 또 한바퀴를 구른다. 내 신발이 녀석에겐 집채만큼 클텐데. 받힌 곳이 얼마나 아플까. 타박상이라도 입지 않았을까. 걱정은 되지만 물 속에 도로 빠지게 둘 수는 없는 일. 아무리 힘든 시련일지라도 죽는 거보다는 나으리라.
혹독한 몇 번의 뒤집힘 후 드디어 풀밭 쪽으로 고개를 세우고 걸어간다. 휴우.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기적어기적 기어가는 녀석이 대견스럽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이럴까.
꿀벌 한마리가 영력이 센 어느 목사님보다 더 깊은 설교를 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꿀벌의 설교
![]() | 성민희 | 2018.07.05 | 87 |
173 | 고마운 경찰 아가씨 | 성민희 | 2018.04.25 | 48 |
172 | 산불과 비자금 | 성민희 | 2017.10.30 | 448 |
171 | [The New York Times] 올 한 해 행복하고 싶다면 ‘작게 생각하라’ | 성민희 | 2017.01.03 | 202 |
170 | 새해 아침에 [1] | 성민희 | 2017.01.01 | 88 |
169 | 나주집에서의 만남 / 정한용 | 성민희 | 2013.03.23 | 399 |
168 | 민희님의 방문 참 반가웠습니다. | 박봉진 | 2011.01.09 | 315 |
167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성민희 | 2011.01.07 | 295 |
166 | 聖誕과 新年을 祝福~!!! | 이기윤 | 2010.12.24 | 244 |
165 | 참으로 감격적인...... 할렐루야 공연 | 성민희 | 2010.12.03 | 267 |
164 | HAPPY THANKSGIVING | kimheejooh | 2010.11.25 | 250 |
163 | 크신 축복을... | 깊은 바다 | 2010.12.16 | 249 |
162 | 스승님에게 | 천강 | 2010.10.28 | 275 |
161 | 더해지는 생각의 깊이 | 오연희 | 2010.09.14 | 337 |
160 | 인간의 수명 / 퍼온 글 | 성민희 | 2010.08.28 | 278 |
159 | 사랑 | 보미 | 2010.06.10 | 330 |
158 | 존경하는 선생님께.... | 종처리..... | 2010.05.12 | 312 |
157 | 보고싶은 선생님 | 종처리..... | 2010.01.20 | 309 |
156 | 마음씨 햇솜같은 이웃님께 감사드리며 | 잔물결 | 2009.12.10 | 479 |
155 | 멋있는 사람들 / 김태길 | 성민희 | 2009.12.07 | 3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