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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재미작가 이창래

2004.04.10 23:33

박정순 조회 수:556 추천:20

[새장편 '저 높이' 낸 재미작가 이창래]
"보편적 정체성과 문화를 다루는 작가로 평가받고 싶다"

『네이티브 스피커 Native Speaker』와 『제스처 라이프 A Gesture Life』 두권의 소설을 발표하여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미국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이창래 프린스턴대 교수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창래는 세살 때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민을 갔다. 예일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증권분석사로 일하던 그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글쓰기를 선택하고 95년 『네이티브 스피커』를 발표했다. 사설 탐정사무소에서 일하는 한국계 교포 2세인 헨리 박이 미국 주류 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며 겪는 고뇌를 그린 이 소설로 그는 헤밍웨이 재단상, 펜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고 미 문단의 중심으로 진입했다. 99년에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가해자의 입장에서 다룬 두번째 소설 『제스처 라이프』를 발표하는데 미국의 권위있는 문예지인 <뉴요커>는 '그를 40세 이하 대표적 미국작가 20인'으로 선정했다. 동부의 명문 프린스턴 대학은 '자신의 세대에서 가장 재능있고 유망한 작가 중 한명으로 프린스턴 대학에 젊고 신선한 목소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지난 해 7월 그를 인문학 및 창작과정 교수로 임용했다.

그는 70년대 초 소수민족이 드물었던 뉴욕의 한 외곽 지역으로 이사한 자신의 가족들을 바라보던 주위의 시선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친구들, 이웃들, 그리고 선생들도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한다거나 놀리기도 하고 때로는 위협을 가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토미라는 학생을 겁주기 위해 가방에 부엌칼를 넣어가지고 다닌 적도 있었다. 그의 부모님은 한국 사람이 많은 플러싱으로 이사를 갈까, 아니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등에 관해 밤마다 한국어로 이야기하며 다투기도 하고 서로 위로하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했다.

농구 국가대표 포인트가드 출신의 어머니는 자존심과 자기 주장이 강한 분이었는데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감 없어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몹시 안타까웠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어머니는 그를 날마다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며 아들이 하루 빨리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소속되기를 고대했다.

그는 자신이 어떤 공동체에 속해 있다면 그것은 지리적인 것보다는 지적, 예술적 공동체일 것이라고 말하고 '한국계 미국인 작가'라는 정의는 부정확하고 때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면적인 정체성을 대변할 뿐이라고 말한다. 아시아계나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은 독자나 학자들로부터 소수민족의 자긍심을 대변해야 한다는 기대치와 압력을 받고 있으며 대학에서도 덜 연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내가 어떤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가 하는 것보다는 인생에서 내게 소속된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는 그는 자신에게 소속된 가족, 동료, 학생, 소설과 시, 그리고 조용한 시간 등이 위안과 행복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가 아닌 보편적 정체성과 문화를 다루는 미국인 작가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세번째 소설 『얼로프트 Aloft』를 완성, 출간했으며 앞선 두권의 소설이 민족과 인종, 국적에서 비롯된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소설은 가족 이야기, 구체적으로 젊어서 한국 여성과 결혼한 60대 미국인이 부인과 사별한 후 두 명의 자녀와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교포 작가들이 소설을 쓸 때 정체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주제를 다루느냐는 작가에게 달린 것이며 작가는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 고민하는 분야를 다룰 자유가 있다"고 말하고 "일반 독자나 지식인, 기자들이 교포 작가들은 특정 주제만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상하다. 이러한 것은 상상력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번역서의 절판과 관련해서는 "번역 문제에 대해 판단할 입장은 아니지만 다소 당황스럽다. 한국 독자들이 프랑스나 독일, 이태리 독자들만큼 나의 작품을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구상 중인 네번째 작품에 대해서는 "한국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인물은 구상을 마쳤다. 군부대에 근무했던 신부와 6·25 때 전쟁 고아가 된 젊은 여성,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여성이 주인공인데 전쟁 이후 이들의 삶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인들이 많은데 한국전을 다룬 미국 소설은 거의 없어 한국전은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리는 것이 안타까워 이 소설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수로 임용돼 프린스턴대학 생활에 관해서는 젊었을 때 팬이었던 토니 모리슨이나 조이스 캐롤 오츠와 같은 유명한 작가들을 동료 교수로서 만나게 된 것이 가장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했다. 프린스턴은 뉴욕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에 있지만 다방면에 걸쳐 너무나 유능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교수식당에 가면 누구랑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정도이며 지적 공동체 안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 자극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강의에 아시아계 학생은 많지 않지만 자신이 20년 전에 던졌던 정체성 문제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은 20년 전이나 100년 후에도 계속될 것이며 이런 질문은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학생들 중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는 뛰어난 작가적 역량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한국적 부분이 줄어들겠지만 한국은 자신에게 공기와 같이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한국이라는 부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작가 개인으로서보다는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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