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수필 - 친구 남편 / 김영교

2017.01.20 08:10

김영교 조회 수:333

친구 남편 / 김영교

 

 

지난 주 미장원에서였다. 나이 든 한 남자가 미장원에 머리 자르러 왔는데 거울에 비친 얼굴이 글쎄, 친구 숙이 남편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내가 이사를 갔기 때문에 그 남편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니깐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친구 숙이가 죽은지가 말이다. 손아래 올케가 모는 차에 운전석 옆자리를 올케 동생에게 내주고 자신은 뒷자리에 앉았다. 자동차 사고 시 에어백 도움을 받지 못해 숙이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신문에도 여자들의 신중하지 못한 운전을 크게 보도했었다.

 

 

울음바다 장례식을 치룬 다음, 차 운전을 조심하면서 아주 한참을 친구들은 숙이를 품고 살았다. 손아래 올케는 자신의 운전사고로 시누이를 죽였다고 여겨 외부와 단절 상태에서 스스로를 감옥에 가뒀다. 죄책감과 죄의식 때문에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잃어 심리치료를 쭉 받기도 했다. 급작스럽게 집안이 흉가처럼 황폐, 울적해져 갔다. 도요다 결함이라고 변호사끼리 줄다리기 하느라 오래 걸렸다. 얼마 전에 해결이 나긴 난 모양이었다. 그게 근래 소식이라고 했다. 아무도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 목숨에 비길 수 야 없겠지만 착한 숙이 남편이 뭔가 보상 받은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직까지 딸은 미혼, 성장 호르몬 장애로 딸은 얼굴이 보름달이다 (Moon Face). 잘 나가던 변호사 아들은 백인 불론드와 결혼, 딸 아들 낳고 스카웃 받아 영국에서 잘 살고 있었다. 허나 지금은 이혼하고 아버지 집으로 들어와 살고 있는 게 6개월이 넘었단다. 미국 적응이 힘 드는지 아버지 눈치를 살핀다 했다. 혹시 아들이 아버지 외로움을 살피는 것은 아닐 런지.

 

 

그 편안한 베드룸 네 개의 아담한 단층집은 홀아비, 이혼남, 노처녀가 주부 없이 사는 쓸쓸함을 아는 듯 잔디는 푸르게, 꽃은 더 곱게 피어 같은 주소에 여러 해 계속 살도록 화초들 까지 최선을 다해 협조하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해왔다. 친구 남편은 운동 삼아 딸의 강아지 두 마리를 돌보며 동네를 새벽 산책하는 게 일과 시작이라 했다. 걸을 때 개를 좋아하던 숙이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커피를 함께했다. 오늘은 스케쥴이 없는 목요일. 걸려온 전화에 응했다. 더 편해 그는 영어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 영어로 하는 대화지만 한국적 외로움이 주제였다. 일찍 유학 온 엔지니어링 전공, 엔지니어로 좋은 직장에 골프치며 단란한 삶을 살았다. 숙이도 영어권. 일본에 유학한 적이 있어 유창한 일본어가 압권이다. 어머니는 몇 명 안 되는 여성 국회의원, 그 옛날 즅리아드 음대를 나왔다. 숙이 취미는 꽃이었다. 꿈은 화원경영이었다. 비싸고 곱고 아름다운 꽃으로 특히 결혼예식장을 자신의 꽃 디자인으로만 꾸미고 신부를 꽃천사로 꾸미고 싶어 했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숙이 남편은 외롭다 했다. 숙이가 남긴 빈자리에 늘 쓸쓸한 바람이 분다했다. 입맛이 없어 먹고 싶은 음식이 하나도 없고 TV를 경청한다 했다. 골프는 그만두었다는데도 여전히 자세가 곧고 보행이 반듯했다. 미국 교회에 주일마다 예배드리러 외출 운전을 하며 활동은 자유로운 편이라 했다. 반찬가게며 투고식당이 주변에 많아 살아가기는 편해도 외롬 타는 것은 한국적 체질을 어쩔 수 없었다. 보상금이 무엇인가. 숙이만 살아있다면 하고 친구 남편은 수 천번 되뇌었을 꺼다. 보상금 없는 것 보다는 도움이야 되었겠지만 세상에 외로움보다 더 기 막히게 무서운 짐승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산목숨, 따라 죽을 수도 없고 말이다.

 

 

돌아와 나는 생각에 잠긴다. 사다리에서 떨어진 남편은 다친 목과 허리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삼식씨가 되었다. 문학모임 외출로 밥상 차리기에 신경 쓰일 때가 많다. 밥같이 먹을 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남편이 곁에 살아있어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든 것은 한없이 외로워 보이는 친구남편을 만나고 나서이다. 필요에 따라 인터냇 검색도 하고 TV에서도 배운다. 이 궁리, 저 궁리 식단 연구 끝에 요리솜씨가 늘어 맛있는 음씩 한 접시씩 밥상에 올리는 삼식씨 마누라, 생각하기에 따라 자기 확대 수업이니 괜찮지 않는가. 8-16-2016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신작수필 - 친구 남편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20 333
509 퇴고 시 - 백 목련 / 김영교 [4] 김영교 2017.01.19 104
508 퇴고수필 - 그 때 그 곳은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19 90
507 신작수필 - 두 얼굴의 미소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19 75
506 신작시 - 캘리포니아 탄저린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18 111
505 감상문 - 언브로큰이 강추의 손짓으로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18 83
504 퇴고 시 - 한 가닥이 / 김영교 [4] 김영교 2017.01.17 267
503 퇴고 시 - 잡아줄 손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17 91
502 신작수필 - 친구의 그날의 전화 / 김영교 김영교 2017.01.14 117
501 신작수필 - 레몬트리 / 김영교 김영교 2017.01.13 34
500 신작수필 - 그 날이 그 날이었다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13 66
499 퇴고시 - 파피 꽃, 아름다운 / 김영교 김영교 2017.01.10 182
498 신작수필 - 구부러짐에 대하여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09 66
497 신작시 - 쉬어가는 의자 / 김영교 김영교 2017.01.09 192
496 퇴고수필 - 서정의 물레방아 / 김영교 [1] 김영교 2017.01.09 135
495 신작수필 - 댕큐, 닥터 칼라 (Dr. Color) 김영교 2017.01.06 132
494 수필 - 이웃사촌의 꿈 그 너머에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03 213
493 신작시 - 우엉조림 / 김영교 김영교 2017.01.03 47
492 수필 - UPS로 보내 온 단감 / 김영교 김영교 2017.01.03 55
491 신작 시 - 손님, 오늘 손님 / 김영교 [2] 김영교 2017.01.01 83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61
어제:
254
전체:
673,788